25일(현지시각) 만나 자유무역에 대해 논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관세를 둘러싼 유럽연합과 미국의 신경전이 일단락됐다. 열흘 전까지는 “유럽연합은 미국의 적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까지 나왔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지만 2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만난 양국 대표는 관세 장벽을 낮추기로 합의했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EU 수입확대 의사에 트럼프 “무역장벽 철폐” 선언… 자동차산업은 예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25일 무역 긴장을 해소하고 양국 간 관세를 없애나가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위해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선언하며 협상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자유’가 무관세 정책을 가리킨다면, ‘공정’은 유럽연합의 약속을 의미한다. 유럽연합은 이날 미국으로부터 대두와 LNG(액화천연가스)를 더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대두와 LNG는 모두 미국의 주력 수출품이지만, 유럽연합의 수입규모는 적은 편이다. 대두는 2016년 기준 미국 전체 수출액의 1.7%를 차지하며 이 중 유럽 대륙으로 향하는 물량은 21억1,000만달러, 약 9.3% 수준이다(중국 61%). 미국은 작년 들어 LNG 수출규모를 크게 늘렸지만 유럽연합에 수출한 물량은 멕시코 한 국가에 판매한 것보다도 적다. 또한 두 품목은 중국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미국 제품의 목록에 올라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장벽·비관세장벽을 모두 없앨 뿐 아니라 자동차를 제외한 산업에 대한 보조금도 철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이 무보조금 정책에서 제외된 데에는 자동차 제조업으로 유명한 미시건·오하이오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자동차산업계의 정부보조금 의존도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예외대상으로 지정된 이유 중 하나다. 2013년에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1대당 지급한 보조금은 2,908달러로 오스트레일리아(1,966달러)나 독일(1,303달러)보다 훨씬 많았다.

◇ 중국과는 기 싸움 계속… 미국 내 여론 동향에 주목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집행위원장이 모처럼 웃으며 악수한 날, 1만3,000킬로미터 떨어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날 선 말들을 쏟아냈다. 25일(현지시각)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은 “세계가 협력과 대립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경제적 헤게모니를 강요하는 국가는 스스로를 상처 입히게 될 뿐이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있었다.

시진핑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마이크를 잡기 한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미국의 농민들에게 악랄하게 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보다 조금 앞서 백악관은 미국의 농부들에게 120억달러 규모의 특별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중국이 100여 종류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후 미국의 대두 가격이 15%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미국 내, 특히 관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중서부지대의 여론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은 상태다. CNBC는 “관세에 민감한 지역의 경선 후보자들은 관세정책에 찬성하는 근로자들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는 중이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한 공화당 내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두 사태와 마찬가지로 보복관세로 인해 소비자물가가 치솟게 되면 그에 대한 비판은 고스란히 공화당을 향하기 때문이다. CNN은 26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중국과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한 합의에 다다를 기회가 수차례 있었지만, 대통령은 그때마다 자신의 편향된 정책을 밀고 나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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