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진행했던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15년 암바토비 광산 지분매입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지적돼 검찰 수사를 받았던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자원외교는 경제 부흥을 내세우며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요 국정정책 중 하나였다. 적극적인 해외투자로 자원수입처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조달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수십조원을 들여 진행됐던 해외자원개발사업들은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투자계획 수립과 협상을 담당했던 공기업들은 현재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할 처지다.

◇ 하베스트·웨스트컷뱅크·암바토비 등 대형사업 모두 ‘실패’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는 2008년 6월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수립하고 2012년까지 공사의 석유생산량을 6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2007년 5만배럴이었던 한국석유공사의 일일생산량은 2012년 22만배럴로 4.4배 늘어났다. 그러나 동기간 한국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64%에서 168%로 높아졌으며(2017년 700%), 당기순이익은 1,667억원 흑자에서 9,04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목표 생산량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해외 생산자산의 인수를 추진한 것이 원인이다. 한국석유공사 개혁위원회가 26일 발표한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한국석유공사는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투자한 210억3,800만달러 중 99억1,700만달러밖에 회수하지 못했다(손실액 93억8,200만달러). 24억6,000만달러의 손실을 낸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사업과 계약 과정에서 사업비가 급증한 블랙골드·쿠르드 사업 등이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개혁위원회는 이에 대해 “(생산목표 달성을 위해) 외형확대 위주의 공격적 투자전략을 채택함으로서 내실 있는 성장전략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투자액 2억7,200만캐나다달러 중 1억9,900만캐나다달러의 손실을 낸 웨스트컷뱅크 가스전 인수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졸속 행정’을 넘어 ‘부정 행정’의 의혹이 제기될만한 요소들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문사의 경제성 평가보고서에 기록된 수익률과 이사회에 보고된 수익률이 다르고, 투자실무위원회부터 이사회까지 4개 회의가 단 8일 만에 마무리됐다. 각각 3억7,900만달러와 16억9,100만달러의 손실을 낸 이라크 아카스 사업과 오스트레일리아 GLNG 사업에서도 실무진이 제시한 수익성 지표와 이사회에서 논의된 숫자가 다른 사례들이 발견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경우 공사를 폐지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멕시코 볼레오 광산·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 인수사업 등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부채규모는 최근 8년 사이 5,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족한 ‘해외자원개발 혁신 TF’는 올해 3월 연 3차 전체회의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정권 차원의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진행했고, 책임회피성 의사결정으로 천문학적 손실을 초래했다”며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비효율적 의사결정구조와 도덕적 해이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자원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 부실투자 유발한 ‘MB맨’들은 지금

석유와 가스, 광물자원 개발을 담당하는 3개 공사가 2000년대 후반부터 해외 생산시설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배경에는 물론 ‘자원외교’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소망교회와 경북고등학교, 현대중공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있던 ‘MB맨’들은 2008년 여름부터 나란히 3개 공사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8년 8월 취임해 생산자산 인수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배임 혐의로 고발됐으나, 지난 16년 8월 열린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하베스트사 인수로 석유공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평가하려면 당시 하베스트의 자산가치가 인수액보다 질적으로 낮아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한국석유공사 개혁위원회는 이번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사는 기술평가 자문사가 불확실성이 높고 경제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류한 매장량을 기존 매장량과 동일하게 간주·평가해 (하베스트의) 자산가치를 3억8,100만캐나다달러까지 과대평가했다”고 밝혔다. 강영원 전 사장은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재판을 받고 있다.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역시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대법원 재판을 받는 중이다. 암바토비 광산 사업권을 경남기업으로부터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매입가격을 지불해 광물자원공사에 피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2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법원은 ‘경영상의 판단’이었다고 판결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작년 5월 발표한 신용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암바토비 사업과 관련해 입은 영업손실은 3년간 9,360억원에 달한다.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웨스트컷뱅크 인수사업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지난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5월 “자체조사 결과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검찰에 웨스트컷뱅크 사건에 대한 조사를 재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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