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각)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기준금리를 둘러싼 딜레마는 세계 모든 중앙은행의 고민거리다. 저금리 시대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된 만큼 언젠가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금리를 단 0.25%p를 올리는 데도 수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결정을 두고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영국 경제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영란은행(BoE)은 지난 2일(현지시각)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2009년 4월 이래 가장 높은 0.75%가 됐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와 통화정책위원들은 이날 발표한 정책성명서에서 영국경제에 호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작년 겨울의 경기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1분기에 정체 상태였던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 0.4%로 높아졌다. 소매판매의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이는 물가에 상승압력을 가함으로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만한 배경을 만들었다. 공식 발표 전에도 시장이 이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영국의 경제지표들이 이처럼 낙관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영란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관찰됐던 지난 1일(현지시각), 영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양호했던 것은 근본적인 경기회복보다는 유난히 따뜻했던 날씨와 월드컵 특수 덕분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경제전망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를 나타내는 ‘소비자신뢰지수’는 6월에 -9p, 7월에는 -10p 하락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마크 카니 총재가 (금리인상을)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물가지표도 마찬가지다. 2.4%라는 5월 물가상승률은 영란은행의 목표치(2%)보다는 높지만, 시장의 예상보다는 낮다. 또한 식료품과 에너지지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기준 1.9% 올랐으며 이는 작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인상하기 전 수개월에 걸쳐 경제지표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고, 한국은행 역시 8개월째 금리인상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영란은행의 이번 금리 인상은 다소 빠른 감이 있다.

◇ 브렉시트는 영국의 기준금리 경로를 어떻게 바꿨나

마크 카니 총재와 민간 금융인들이 의견불일치를 보고 있는 분야는 또 있다. 어느덧 마감시한을 8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브렉시트 협상이 그것이다.

카니 총재는 통화정책회의가 종료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브렉시트가 완료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행동하길 원했다”고 영란은행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경제 환경이 변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으며, “영란은행은 원활한 브렉시트를 위해 영국 재무성·유럽중앙은행과 협력하겠다”는 말로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시장은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낙관론은커녕 지난 수개월간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의 방향성을 두고 보수당 내각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외무부 장관과 브렉시트부 장·차관이 하루 만에 모두 옷을 벗기도 했다. 협상이 원활히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영국이 협약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명 경제평론가 페르디난도 줄리아노는 블룸버그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카니 총재 역시 통화정책회의 성명서에서 브렉시트 협상의 불확실성이 가지는 위험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밝혔다. 때문에 시장은 영란은행의 이번 금리인상을 연쇄 인상의 신호탄이라기보다는 점진적 인상 계획의 일부분으로 해석하고 있다. 베렌버그 은행의 선임이코노미스트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영란은행의 다음 금리 인상은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되는 2019년 3월 이후가 될 것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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