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휴가기간 군 휴양시절에 머물며 독서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휴가기간 동안 3편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소설가 김성동 씨의 장편소설 ‘국수’, 소설가 한강 씨의 ‘소년이 온다’, 언론인 진천규 씨의 평양 취재기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등이다. 이들 도서들은 독서광으로 유명한 ‘문 대통령이 읽은 책’으로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통령이 특정한 ‘책’을 읽었다는 것은 단순한 하나의 사실이지만 그 안에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 국민들로 하여금 책을 읽어보라는 일종의 권유와 함께, 대통령의 생각과 국정철학은 ‘이렇다’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과거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노무현 대통령이 읽어 유명세를 탄 ‘칼의노래’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 한 자락을 엿볼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 ‘명견만리’를 읽음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보는 미래를 일부 공유하는 기회도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읽었다는 소설 ‘국수’는 임오군변부터 동학농민운동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바둑을 비롯해 소리, 글씨, 그림 등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로 소개된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촛불혁명이 탄생시킨 대통령’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나 민중의 삶을 사랑하고 중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우리 국민이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정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정치적인 의미를 감안하면, 도서선정에 다소 아쉬움이 있다. 선정된 책들이 문학적 가치가 떨어지거나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다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나 내용이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조명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지만, 앞으로 살아가야할 국민들로서는 미래비전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문 대통령의 첫 외부일정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과 혁신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근현대사’와 ‘북한’을 화두로 내세운 뒤, 갑자기 미래성장 동력을 이야기하니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공허한 느낌이다. 한 권쯤은 문 대통령과 미래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책으로 선정했다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휴가기간 ‘지식자본주의혁명’ ‘미래와의 대화’ 등 미래분야 서적들을 주로 읽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소개하며 정치개혁 담론을 이어갔었다. 문 대통령의 행보와 많이 비견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소수민족의 삶과 역사를 다룬 소설을 주로 읽었다. 하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등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한 책을 선정함으로써 패권국가 미국과 그 지도자들이 앞으로 고민해야할 방향을 제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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