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도보다리 끝에서 배석자 없이 대화를 이어갔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판문점 공동취재단>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8%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1월 가상화폐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으로 인해 60.8%로 급락했던 때보다 더 낮아진 수치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던 청와대도 현안점검회의를 통해 지지율 최저치 관련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8월 2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5.2% 포인트 내린 58%(매우 잘함 31.6%, 잘하는 편 26.4%)로 집계됐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4% 포인트 증가한 35.8% (매우 잘함 31.6%, 잘하는 편 26.4%)로 나타났다.

◇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서 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김경수 지사의 특검 출석과 ▲‘한시적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논란 ▲은산분리 공약파기 논란 등이 꼽혔다. <리얼미터>는 “정부의 ‘한시적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식과 수준을 둘러싼 비판여론이 확산되었던 7일에 58.7%로 내린 데 이어,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8일에도 57.3%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은산분리 완화, 김경수 지사 특검출석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뉴시스>

청와대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사안을 다소 무겁게 보는 분위기다. 이날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리는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는 관련 내용이 논의됐다고 한다.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론조사 수치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들, BMW 사건이나 전기료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얼마나 면밀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봤던 시간”이라고 밝혔다.

사실 청와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돼 긍정요인으로 작용하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다양한 정책들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지지층의 부분적 이탈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은산분리 완화를 놓고 진보진영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확정’에 기대감 상승

관건은 지지율 하락의 시기와 정도를 늦춰 연착륙 시키는 데 있다. 국정운영과 관련해 중요한 포인트들이 있는데, 전문가들은 가장 가까운 이번 추석을 여론 흐름의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다. 추석 밥상에서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국정운영 추동력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배종찬 R&R 본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추석 전까지 한 번 정도는 대통령 지지율이 50%로 떨어질 것을 예상했다. 중요한 것은 다시 반등시킬 이슈를 만들어 내느냐 여부”라면서 “추석까지 대통령 지지율이 60%대 이상을 유지할 경우, 하반기에도 (청와대가) 주도권을 쥐고 정책을 펼 수 있다. 하지만 50%대 이하로 떨어지면 새로 들어서는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무적 측면에서 지지율 반등을 끌어낼 현안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꼽힌다. 지지부진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정전협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8월 말에서 9월 초가 적기로 꼽히는데, 실제 이뤄질 경우 추석민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예상된다.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가 확정되면서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전 ‘오는 8월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남북정상회담 준비와 관련된 문제들을 협의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에 정부는 동의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하는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 구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tbs의뢰로 지난 6일 8일까지 진행됐다. 유무선 ARS 및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해 최종 1,507명이 응답을 완료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전체 응답률은 6%다. 보다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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