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ETF의 승인을 연기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다수의 기술주가 상장돼있는 나스닥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에 기반한 금융상품을 상장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 상장결정 유예에 비트코인 가격 급락… ‘심사 대기자’ 수두룩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7일(현지시각)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증권거래소 판매허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제도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지가 얕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매도에 나섰다. 7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타며 8,000달러를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6,308.43달러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 ETF는 말 그대로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투자상품이다. ETF는 S&P500지수나 코스피 등 특정 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며, 이 경우엔 비트코인 선물이 그 역할을 맡는다. 비트코인 ETF가 증권거래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증권거래소에서 판매될 경우 가상화폐거래소에서만 거래되던 지금보다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훨씬 개선되고, 더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증권거래위원회는 7일 상장결정 유보를 발표하며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1,300통이 넘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문제시된 상품은 뉴욕의 금융기술회사 솔리드X와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함께 제출한 ‘반에크·솔리드X 비트코인 ETF’며, 증권거래위원회는 앞으로 2달 동안 9개의 비트코인 ETF를 더 심사해야 한다.

◇ ETF 전문가 “올해 안에 상장될 가능성은 10% 이하”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의 증권거래소 진입을 막아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솔리드X는 3년 전부터 비트코인 ETF의 상장을 추진했으며, 올해 1월에는 자산운용사 반에크와 손을 잡고 로비를 강화했지만 SEC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비트코인 거부’ 윙클보스 형제가 제기했던 ETF 상장 요구 역시 지난 7월 27일(현지시각)에 SEC로부터 거부 결정을 받았다. SEC가 다음 상장심사결과 발표 기한을 9월 말로 잡았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운 이유다.

코인인덱스는 7일(현지시각) “암호화폐 투자자들뿐 아니라 많은 경제학자와 경영인들, 금융전문가, 심지어는 증권거래위원회 내부에서도 비트코인 규제를 풀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SEC의 결정을 비판했다. 코인인덱스가 말한 ‘증권거래위원회 내부’는 위원회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혁신과 신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비판한 헤스터 피어스 증권거래위원을 가리킨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거래위원회 위원들은 투자시장의 안정성에 더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기성 경제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고, 큰 가격변동 폭 때문에 투자시장 혼란이 우려된다는 시각 때문이다. 블룸버그의 ETF 선임연구원 에릭 발추나스는 증권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성명문에 대해 “투기거품현상을 유발할 만한 어떤 작은 행동도 원치 않았다”는 해석을 달았다. 그는 또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ETF 상장이 연기된 것에) 기시감을 느끼겠지만, 나는 그보다도 10배는 더 비관적이다”며 비트코인 ETF가 올해 안에 SEC를 통과할 가능성은 5~10%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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