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국정조사 실시 및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이것은 재앙이다’였다.”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이하 산재협)가 한국타이어 공장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전체 노동자 중 절반이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 산재협은 또 직업병 요관찰자(C1)와 질병 유소견자 중 직업병 대상자(D1)가 2014년부터 급증했다면서 정부가 역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한국타이어 공장, 국정조사 대상 오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잘 알려진 한국타이어가 또 다시 산업재해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7년 사이 직업병 요 관찰자(C1)가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에도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근무하던 길모(48) 씨가 수면 중 뇌출혈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다가 일주일 만에 숨지기도 했다.

한국타이어 직업병 문제는 2006~2007년 15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질환 의심자들이 늘고 있어 큰 논란이 예상된다.

산재협은 최근 김종훈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으로부터 2011~2017년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사태 자료를 받았다. 산재협은 2007년부터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사태를 추적해왔다. 이들은 “우선 2011년 전체 노동자 중 총 질환자(D1, D2, C1, C2)가 776명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2014년부터 1,000여명 대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산재협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 유소견자(D1: 직업병, D2: 일반질병)와 요 관찰자(C1: 직업병, C2: 일반질병)가 2014년부터 동시에 증가세를 보였다. 구체적인 수치는 ▲2011년 776명 ▲2012년 654명 ▲2013년 644명 ▲2014년 1,996명 ▲2015년 2,396명 ▲2016년 2,492명 ▲2017년 2,611명 등이다.

이에 대해 산재협은 “2006~2007년 사이에만 돌연사로 15명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한 후 산재협에서는 타이어 생산에 사용되고 있는 HV-250이 1급 발암물질이란 사실을 주장해왔다”면서 “이는 국제암연구센터 등 세계가 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특수건강검진 결과표를 확인하면서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이것은 재앙이다’였다”면서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해 4,500여명의 노동자 중 질환자가 2,611명이라는 사실은 10년간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다가 이번에 그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재협은 ▲한국타이어와 노동청,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의, 건강검진기관에 대한 산재 은폐 경위에 대한 국정조사 ▲한국타이어를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특별재난지역 지정 ▲국제기준에 맞는 국외단체에 역학조사 의뢰 및 실시 ▲대전공장, 금산공장, 중앙연구소, 하청업체 질환 노동자(퇴직자 포함) 전수조사 ▲168명의 사망자와 중증 질환자들에 대한 사인규명 ▲현직 및 퇴직 질환자에 대한 진료소 긴급 설치 등을 촉구했다.

김종훈 의원실이 공개한 2011년과 2017년 한국타이어 질병 유소견자 및 요관찰자 현황.

◇ “문재인 정부, ‘거짓말 정권’ 선언했다”

특히 산재협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현 정부여당이 대선 전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음에도 현재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막아왔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촛불혁명으로 퇴진된 것을 보고 한때는 희망을 가졌다”면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도 책임자 처벌과 산재보상보험법 개정, 포괄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고 사기극이었다”고 말했다.

산재협 측은 한국타이어 산재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6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러나 다음날 해당 글이 블라인드 처리가 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규정에 맞지 않는 글이라 삭제했다는 입장이다.

산재협은 이에 대해 “누가, 왜, 무슨 사유로 (청원글을)블라인드 처리했는지 확인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조취를 취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2008년 당시 국회 법사위와 산재협의 주장을 종합하면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사망한 한국타이어 노동자는 160명에 이른다. 이 중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25명이다. 반면 한국타이어 측은 이미 정부로부터 역학조사가 이뤄졌다며 질병과 직무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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