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장품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완화됐지만 국내 화장품 업계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사드 악재에 한창 직격탄을 맞을 때보다 안 좋은 실적을 낸 곳도 상당하다. 한국화장품도 그 중 하나다. 한국화장품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 영업이익 급감ㆍ순이익 적자전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화장품의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7.5% 감소한 2억6,99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을 전년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화장품은 상반기 4억6,912만원의 손실을 냈다. 매출도 역성장세를 보였다. 한국화장품은 연결 매출액은 789억5,49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이는 자회사인 더샘인터내셔날이 부진한 실적을 낸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더샘인터내셔날은 한국화장품의 100% 자회사로, 중저가 브랜드숍 ‘더샘’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 자회사는 한국화장품의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곳이다. 더샘인터내셔날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656억9,088만원으로 전년 50.2%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손익은 전년대비 75.5% 줄어든 25억4,108만원에 그쳤다.

이는 사드 악재로 시름할 때보다 악화된 실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지난해 화장품업계는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으로 보릿고개를 겪었다. 특히 지난해 3월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객을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그해 상반기에는 굵직한 화장품 기업들도 휘청거렸다. 이같은 악재 속에서도 선방한 실적을 냈던 한국화장품은 사드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는 올해들어 더 고전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관광객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데다 화장품 로드숍 업계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 더샘, 상반기 실적 비틀비틀… 로드숍 꺽이고 H&B 급성장 

화장품로드숍 업계는 경쟁 심화와 내수 시장 침체로 성장세가 꺽이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들어 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스토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화장품 로드숍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헬스앤뷰티(H&B)스토어 시장은 2012년에는 3,0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로드숍 브랜들은 저마다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매장 차별화에 나서거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더샘’은 로드숍 브랜드 후발주자로서 수년간 시장 입지를 다지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던 곳이다. ‘더샘’은 매년 적자에 시달리다가 론칭 6년만인 2016년에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한국화장품도 오랜 부진을 딛고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지난해 사드 악재에 이어 시장 변화 상황까지 맞이하면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화장품 명가’로서의 명성 재현도 아직은 깜깜한 분위기다. 한국화장품은 국내 1세대 화장품 기업을 대표하는 곳이다. 한때 아모레퍼시픽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장을 주도했으나 2000년대 초반 브랜드숍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당시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러다 2010년 사업 분할을 통해 재기를 노리기 시작했다. 한국화장품은 2010년 화장품 판매와 부동산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한국화장품(신설회사)’과 제조만을 담당하는 ‘한국화장품제조(종속법인)’로 인적분할됐다. 한국화장품이 2010년 더샘을 런칭하면서 과거의 영광 재현을 노리고 있으나 갈 길은 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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