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현지시각) 미국과 중국이 워싱턴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가진다. 사진은 중국 측 무역협상단 대표를 맡은 왕슈웬 상무부 부부장.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관세전쟁을 벌이던 G2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미·중 정부 발표에 따르면 양국 대표는 현지시각 22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무역협상을 벌인다. 지난 6월 초 열렸던 3차 무역협상 이후 약 80여일 만이다.

◇ 성과보다는 협상 자체에 의미… 여유 있는 쪽은 미국

다만 이번 협상에서 당장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은 낮다. 로이터통신은 양국 협상단 대표의 지위가 차관급에 불과하며, 미국이 무역대표부가 아닌 재무부의 인사를 협상 대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논의 수준이 높지 않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상무부의 왕슈웬 부부장을, 미국은 재무부의 데이비드 말패스 차관을 대표로 내세웠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가 류허 경제부총리와 마주했던 지난 회담들에 비해선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백악관의 기대도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을 통해 “(이번 회담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또한 CNBC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단순히 “중국이 워싱턴으로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고만 소감을 밝혔다.

때문에 협상 결과보다는 양국이 대화를 재개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미국보다는 중국 쪽이 조금 더 급한 모습이다. 양국의 상반된 경제 분위기 때문이다.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1월 말 근 2년간의 최고치(3,558.13)를 기록했지만,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줄곧 하락세를 걷고 있다. 지난 17일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2,778.97로 7개월 전과 비교해 22% 가량 떨어진 상태다. 반면 미국 증시는 견고한 경제성장세를 바탕으로 근 5개월여 동안 점진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제한시간 같은 것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협상 재개에 주식시장·미국 기업계 기대감↑

얻을 것은 많지 않은 협상이지만, 양국이 수백억달러짜리 관세명령을 남발하던 지난 수개월보다는 상황이 진전됐다는 것이 경제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세계 다수의 주식시장, 그리고 중국에 깊숙이 진출해있는 미국 기업들은 두 달 넘게 정지됐던 G2의 무역협상이 재개됐다는 소식에 반색하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0일(현지시각)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89포인트(0.4%) 올랐다. S&P500지수 또한 에너지·원자재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0.2% 상승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코스피(0.99%)와 일본(토픽스 0.4%)·대만(항셍 0.43%) 등의 아시아 주식시장, 그리고 런던·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도 같은 날 주가가 상승했다.

중국 현지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도 양국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관세 전쟁에서 수세에 놓인 중국이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1일(현지시각) 미국 무역대표부가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중국은 즉시 600억달러의 보복관세를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대 중국 수입규모가 중국의 대 미국 수입규모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중국 측에선 보복관세만으론 무역 분쟁을 이어갈 수 없다. 이 때문에 작년까지 한국에게 가했던 사드 보복 사태처럼 현지 미국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과 국가 차원의 보복조치가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나이키와 스타벅스·맥도날드·코카콜라가 대표적으로 ‘잃을 것이 많은’ 미국 기업으로 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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