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21일(현지시각) 뉴욕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그는 뮐러 특검이 제시한 8개 혐의를 인정했으며, 이 중에는 대통령의 선거자금법 위반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비리를 조사하는 특검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21일(현지시각) 혐의를 인정했으며, 같은 날 2016년 대선캠프의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는 배심원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지난 17년 5월 로버트 뮐러 특별검사가 수사를 시작한 후 올린 가장 큰 성과다.

◇ 트럼프의 전 개인변호사 “대통령이 ‘입막음’을 직접 지시했다”

마이클 코언은 21일(현지시각) 자신에게 걸린 8개 죄목, 탈세 5건과 선거자금 유용 2건, 그리고 위증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 중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입막음 비용’을 지불하도록 ‘지시’했다는 대목이다. 코언은 포르노배우 스토미 다니엘스와 플레이보이 모델 카렌 맥두걸에게 각각 13만달러와 15만달러를 지급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코언 개인의 판단이었으며, 나는 추후에 비용을 보전해줬을 뿐이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폴 매너포트의 경우 배심원단으로부터 탈세와 금융사기를 비롯한 8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두 사건 모두 뮐러 특검의 조사 대상인 ‘러시아 스캔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다만 선거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코언의 증언은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두 사람의 유죄가 인정되면서 그동안 감춰졌던 내부 정보가 특검팀에게 새어나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코언이 혐의를 인정한 후 그의 변호사는 “(코언이) 뮐러 특검이 흥미를 가질 만한 정보를 알고 있다”며 트럼프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때 ‘트럼프의 충복’으로 불렸던 코언은 현재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린 상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에 “누군가 좋은 변호사를 찾고 있다면, 나는 코언을 피하라고 강력히 권고할 것이다”고 쓰며 자신이 입막음 비용을 지불하도록 지시했다는 코언의 증언을 부정했다. 또한 “내가 잘못한 것이라곤 모두가 부정직한 힐러리의 승리를 점치던 선거에서 이긴 것뿐이다”며 사태를 반대파의 모략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오후(한국시각) 폭스뉴스와 이 문제에 대한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다.

◇ 다시 불거진 ‘트럼프 탄핵설’, 실행 시점은 언제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 미국 법조계의 전통에 따라, 선거자금법 위반이 확정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에 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의회가 진행하는 탄핵은 이야기가 다르다.

CNN은 “민주당은 트럼프의 탄핵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그가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와 관련된 중·경범죄들을 저질렀다고 믿고 있다”고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될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진다. 미국 통계·여론조사기관 ‘파이브써티에잇’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과반(탄핵안 통과를 위한 필요조건)을 차지할 가능성을 71.6%로 예상했으며, 공화당보다 13석에서 55석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중진들은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하다 실패했을 경우 돌아올 반향이 크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22일(현지시각) CNN으로부터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에 대해 질문받자 “지금 의회의 역할은 뮐러 특검이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다”며 자세한 답변을 회피했다. 또한 그녀는 ‘탄핵(Impeachment)’ 대신 ‘아이(I)로 시작하는 단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탄핵 이슈가 11월 중간선거로부터 유권자들의 관심을 빼앗아 투표율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우려하는 중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탄핵을 원한다면 우선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후 뮐러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수사 결과를 내놓은 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증시 영향은 크지 않아

워싱턴에서 날아든 소식에 뉴욕 증시도 출렁였다. 22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 S&P500지수는 0.3%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의 불안이 오래 가지는 않을 듯하다. 리버포트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케빈 니콜슨 수석 시장분석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정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위신에 신경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시장분석가 J.J.키나한 역시 같은 날 마켓워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잡음들은 지난 일 년 반 동안 끊이질 않았다”며 “경제가 튼튼하기 때문에 (트럼프 이슈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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