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e스포츠 종목이 될 타이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선발된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 <라이엇게임즈>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엔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위상도 한 몫 한다. 다만 일각에선 e스포츠 종목 게임을 하나도 배출 못한 상황에서 ‘종주국’ 명칭은 빛을 바랜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가 막을 올렸다. 모바일 게임 아레나오브발러를 시작으로 오는 31일까지 리그오브레전드, 클래시 로얄, 스타크래프트2, 위닝일레븐2018, 하스스톤 등 총 6종의 게임대결이 펼쳐진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우리나라가 e스포츠 강국이자 종주국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출시된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는 국내 PC방 보급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PC방 배’로 시작된 스타크래프트 대회는 기업들이 지원하는 리그로 발전했고, 프로게임협회 및 게임단 창단을 비롯해 게임전용 방송국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등 스타급 플레이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도 위상강화에 힘을 더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열린 국제 e스포츠 대회 WCG에서 종합우승을 총 8회 차지했다. 또 e스포츠의 정점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선 2013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세계 최강국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한국 게임사 전무

다만 e스포츠 종주국이란 칭호가 그리 달갑진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지만, 바탕이 되는 게임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018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종목으로 선정된 종목 중 국내 게임은 전무하다. 제작사를 살펴보면 ▲클래시로얄은 핀란드의 게임개발사 슈퍼셀이며 ▲스타크래프트2와 하스스톤은 미국 블리자드, ▲위닝 일레븐 2018은 일본 코나미 ▲리그오브레전드는 미국 라이엇게임즈 ▲아레나오브발러는 중국 티미스튜디오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국내 게임업계가 부분유료화로 돈 벌기에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된 게임 개발엔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돈을 많이 쓴 자가 승리하는 ‘페이투윈’ 게임은 e스포츠로 채택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업계에선 환경이 여의치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개발사들도 RTS(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을 내놨지만 e스포츠화 되진 못했다”며 “스타크래프트를 넘지 못한 것으로,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e스포츠로 선정될만한 게임보다 MMORPG(다중접속) 위주로 개발했고, 추후 모바일 붐이 일자 그 쪽으로 기울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e스포츠 발전에 기여를 한 스타크래프트의 그늘로 오히려 폐쇄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됐고, 국내 게임사들의 장르편식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e스포츠로 키워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 탓도 있다”며 “무엇보다 e스포츠화를 위해선 유저풀이 중요하다. 국내만 바라봐선 안되고, 글로벌 콘텐츠로 개발·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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