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적용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노동자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인력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계에 외국인근로자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6일 고용노동부에 일부 외국인근로자 고용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다만 중기중앙회의 건의사항들이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확대와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 외국인근로자 쿼터 확대해 ‘인력난’ 돌파

중소기업중앙회가 건의한 외국인근로자 고용 관련 제도개선 방안들은 ▲2019년도 외국인력 도입 쿼터 확대 ▲건강 이상 외국인근로자 신규 쿼터 소진 개선 ▲스마트공장 참여기업 외국인력 점수제 가점 부여 ▲신규 외국인근로자 인력풀 구성 개선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수습 기간 별도 적용 ▲외국인근로자 고용제한 제도 개선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요건 강화 ▲숙식비 공제동의서 표준근로계약서 기본 서류화 등이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대기업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최근에는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청년고용 확대라는 일자리정책의 목표를 크게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외국인근로자 쿼터를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쿼터 확대와 관련된 중기중앙회의 정책제언들은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2008년에 13만2,000명까지 늘어났던 외국인근로자 쿼터는 현재 5만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스마트공장 참여기업의 외국인근로자 고용을 우대하는 것은 국내 외국인근로자들의 활동 저변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외국인근로자 고용 기업들에 대한 점수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가점 항목 대부분은 사업장의 언전관리 및 근로계약 준수와 관련된 사항들이다. 산업구분에 따른 가점 항목은 건설업 SOC 사업장과 친환경 농축수산물 인증사업장뿐이다.

◇ 일부 건의사항, 외국인근로자 고용불안정 야기 우려 있어

상반기 고용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최저임금 문제도 다시 제시됐다. 현재 법률상 사용자는 1년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수습기간 동안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할 수 있다(단순노무직은 예외). 이 조항을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경우 최대 3개월로 제한된 수습기간을 연장하거나, 혹은 단순노무직에 대한 예외조항을 완화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근로자에 한해 최저임금 수습기간을 별도로 적용해달라는 중기중앙회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자체에 대한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열린 최저임금위원회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달라는 사용자위원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고용당국은 이후로도 관련 요구를 거부해왔다. 또한 외국인근로자에게만 다른 임금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국적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 차별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 6조를 위배할 소지도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제한 제도를 수정하는 것 역시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제도 자체의 목적이 외국인근로자를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당해고 위험에서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요건을 강화해달라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고용당국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용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고용허가나 특례고용가능확인을 받은 경우 ▲입국 전에 계약한 임금 및 근로조건을 위반할 경우 ▲임금체불 또는 그 밖의 노동관계법 위반 등으로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사업장의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한편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근로계약이 만료된 후 갱신을 거절하려는 경우 ▲휴업·폐업 또는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이나 부당한 처우로 외국인노동자가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인정받은 경우 예외적으로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즉 외국인근로자의 부당한 해고를 막고, 직장을 잃은 이들이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고용제한 제도와 사업장 변경 예외제도의 목적이다. 사업장 변경 기준이 강화될 경우 외국인근로자의 근로환경이 악화되거나 직장 이동률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한편 숙식비 공제동의서를 포함한 표준근로계약서를 기본 서류화하는 문제는 보다 복잡하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2월 발표한 ‘외국인노동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통해 외국인근로자의 사전 동의를 바탕으로 사용주가 임금에서 숙식비를 사전 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당초 목적은 사용자가 열악한 식사·주거를 제공하면서 임의로 과도한 숙식비를 공제하는 행태를 막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인노동자의 협상력이 사용자와 동등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해당 제도에 사용자 측이 악용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숙식비 공제동의서가 ‘또 다른 임금착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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