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비용추계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회 비준동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은 5월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통일각을 나서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비용추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회 비준 동의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판문점 선언을 비준하려면 일차적으로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마저도 정부의 구체적이고 납득할 만한 비용추계를 전제로 하는데, 정작 정부는 당장 올해와 내년 예상 비용 6,438억원만 국회에 제출하면서 야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비용추계를 정직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국회가 똑바로 비용추계를 심사할 수 있는 의무를 정부가 임시방편적으로 속이려 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과거 한미방위비 협상에 참여했다 이면합의 사실을 국회에 늦장 보고했던 황준국 전 주영대사를 정부가 징계한 바 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라며 “비용추계와 관련해서 통일부에서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 있다면 황 전 주영대사 사례보다 더 큰 징계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강석호 의원도 “비용추계서에 내년 예상비용만 담은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내년 예산만 담았기에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 같지만 향후 판문점 선언 이행을 계속하면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발전에 따른 법률을 보더라도 구체적인 비용추계를 갖추지 못했음으로 비준 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준안에 제시된 예산 추계도 당장 필요한 예비적 소요만 제시한 데 그쳐 전체 비용은 감춰지고 있다”며 “어차피 비준동의를 받아 남북정상회담에 갈 것도 아닌 것을 알면서 이렇게 하는 정부의 행태는 국회와 야당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0·4선언과 관련해서도 비용추계가 14조3,000억 정도를 추계한 적이 있다”며 “확정된 개념인 판문점 선언인 경우는 그보다 많은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 정치권에서 하는 판단이 향후 10~20년간 젊은 세대에게 통일비용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며 “과연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가 우리 젊은 세대에게 진실되게 이야기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전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용추계서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전체적인 비용추산액이 아닌 2019년도에 예상되는 추가 소요 비용 2,986억 원 등 2018~2019년 예상 비용 6,438억 원만 적시됐다. 이 비용은 남북 철도 연결 사업 및 산림 협력 등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부가 국회 동의를 받기 위해 제출하는 주요 비준 동의안은 해당 조약이 앞으로 5~10년간 세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담는다. 당장 내년까지의 비용만으로는 비준 동의 조건을 만족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최소 5년의 장기 추계를 정부가 밝히지 않는 이상 비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 및 민간기관에서는 북한 철도와 도로 공사에만 최소 조 단위의 비용이 들 것이란 분석들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4년에 내놓은 통일금융보고서에 따르면 철도 85조원 및 도로부문 41조원 등 총 15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철도 57조원, 도로 35조원 등 112조원, 씨티그룹은 철도 27조원 및 도로 25조원 등 70조8,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통일부의 ‘10·4선언 합의사업 소요재원추계’에도 철도 도로 개보수 등에 8조 등 14조 3,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청와대는 당장 내년치 비용추계를 제출한 것에 대해 남북관계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비용은 굉장히 가변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남북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비용추계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1년 치의 예상되는 부분 내에서 국회에 논의해달라고 요청드린 것”이라며 “예산안은 장래에 있을지 모르는 비용추산하고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예산을 내는 건 우리가 쓰겠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만 제출할 수 있고 그래야 국회에서 예산안 통과가 되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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