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좋은 반응을 얻었던 무늬만 국산차들이 나란히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무늬만 국산차. 국내에 생산공장을 둔 외국계 자동차 회사가 국내생산이 아닌 수입방식으로 판매하는 차량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차량을 보통 수입차에 비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과 품질에 대한 기대가 핵심 장점이었다.

이 같은 무늬만 국산차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초기 소형SUV시장을 개척했던 QM3(르노삼성)와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의 대표 세단 임팔라(한국지엠)이다. 2013년 출시된 QM3는 국내 브랜드들이 소형SUV 모델을 내놓기 전에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하며 쏠쏠한 판매실적을 올렸다. 2015년 8월 알페온을 대신해 투입된 임팔라도 출시 이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계약대기줄이 길에 늘어서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무늬만 국산차들이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8월 무늬만 국산차들의 판매실적은 QM3 436대, 클리오 360대, 임팔라 91대, 이쿼녹스 97대로 집계됐다. 모두 동급 세그먼트에서 가장 저조하거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특히 새롭게 무늬만 국산차 라인업에 가세한 클리오와 이쿼녹스는 신차효과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아쉬운 실적의 배경으로는 우선 ‘물량 공급’이란 공통된 한계가 꼽힌다. 수입방식으로 판매하다보니 수요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팔라다. 임팔라는 출시 초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으나, 물량 공급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고객들이 이탈했다.

그밖에 QM3와 이쿼녹스의 경우 치열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QM3가 선점했던 소형SUV시장은 쌍용자동차 티볼리가 가져간데 이어 최근엔 현대자동차 코나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당당하게 도전장은 내민 이쿼녹스도 싼타페 등 기존 강자들에게 완전히 밀려난 모습이다. 가격 등 수입방식의 필연적 한계가 장점을 지워버리고 있는 셈이다.

클리오의 경우 막강한 경쟁상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는 시장이 아니었다. 나름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인데, 예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무늬만 국산차가 큰 호응을 얻기도 했으나, 내수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장점을 잃어버렸다”며 “앞으로는 좀 더 상징성 있는 모델들이 무늬만 국산차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