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NBA 선수들은 프로생활 틈틈이 자신만의 랩 음악을 발표하곤 한다. 사진은 데미안 릴라드가 발표한 랩 곡의 샘플을 들을 수 있는 홈페이지. <데임돌라닷컴>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미국 흑인사회를 대표하는 문화를 뽑아보라면 아무래도 랩과 농구가 가장 먼저 나온다. 두 분야 모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은 물론, 많은 구성원들이 랩과 농구를 모두 즐긴다. 실제로 올스타전을 비롯한 각종 NBA 이벤트 경기에는 스눕독·퀘이보 등 유명 래퍼들이 초대돼 의외의 농구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한편 드레이크는 토론토 랩터스의 열렬한 팬으로, 토론토 경기가 중계될 때면 언제나 그의 모습을 코트사이드 좌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란트는 지난 7일(현지시각) 온라인 음악유통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랩 곡 ‘It ain't easy’를 공개했다. 리그 최고의 선수 두 명이 함께 노래를 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된 것은 물론, 생각보다 실력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인터넷상에서는 전반적으로 듀란트의 실력이 조금 더 낫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곡 자체는 2011년에 녹음된 것이지만 가사는 오히려 두 선수의 현재 모습과 더 어울린다. 곡이 녹음된 이후 듀란트는 당대 최강팀인 골든 스테이트로 이적했으며, 녹음 당시 이미 친정팀을 떠난 상태였던 르브론은 소속팀을 두 번 더 바꿨다. “마치 내가 르브론 제임스고 세상사람 모두가 스킵 베일리스(르브론에게 비판적인 것으로 유명한 평론가)인 것 같아”라는 듀란트의 랩은 그가 골든 스테이트로 이적할 당시 받았던 각종 비난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곡을 녹음한 후 두 선수 모두 염원하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니 원하던 바는 모두 이룬 셈이다.

이벤트 성격이 짙은 르브론·듀란트의 노래와 달리 보다 진지한 자세로 랩을 대하는 선수도 있다. 서부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뚫고 2017/18시즌 NBA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린 데미안 릴라드는 이제 래퍼가 제2의 직업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데임 돌라(Dame D.O.L.L.A.)’라는 예명으로 활발한 음악 활동을 벌이고 있는 릴라드는 지난 2016년 여름 소속팀이 있는 포틀랜드에서 개인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대표곡인 ‘Bigger than US’는 유튜브 조회수 274만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첫 앨범 ‘The Letter O’는 빌보드의 미국 독립앨범차트 13위, R&B‧힙합차트 7위에 올랐다.

레이커스의 유망주 론조 볼은 랩 음악계에서도 주목받는 인재다. 코트 위에서의 성숙한 모습과 달리 음악계에서는 20살다운 치기가 더 자주 드러난다. 친한 팀 동료를 ‘디스’하기 위해 직접 가사를 쓰고 랩을 녹음하는가 하면, NBA에 데뷔하기도 전인 작년 9월에는 “요즘은 아무도 나스를 듣지 않는다. 대세는 미고스”라는 발언으로 올드 힙합팬들의 격한 반발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더 머큐리 뉴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각) NBA의 ‘베스트 래퍼’와 ‘워스트 래퍼’를 선정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최고의 래퍼로 뽑힌 것은 데미안 릴라드와 샤킬 오닐이었다. 선수 시절 보여준 압도적인 경기력뿐 아니라 활발한 방송활동으로도 유명한 오닐은 프로 데뷔 2년차에 자신의 첫 앨범 ‘샤크 디젤’을 발표했으며 1998년에는 두 번째 앨범 ‘리스펙트’를 내놨다. 이 두 앨범은 각각 80만장과 100만장의 판매기록을 올리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한편 티아라 뱅크스에게 피처링을 받았음에도 흥행에 실패한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역대 NBA 선수들이 발표한 모든 앨범을 통틀어 최악의 랩 실력을 보여준 드와이트 하워드는 ‘워스트 래퍼’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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