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시작된 천일고속의 적극적인 배당 행보는 오너일가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천일고속의 적극적인 배당 행보는 오너일가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과거 오너일가의 대규모 차명주식 보유가 뒤늦게 드러나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던 천일고속이 실적에 역행한 배당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85%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인 오너일가에게 현금을 안기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천일고속은 지난 1일부터 주주명부폐쇄에 돌입했다. 중간배당을 위한 것으로, 기간은 오는 4일까지다. 천일고속은 앞서 지난달 12일 이 같은 내용을 공시했으며, 구체적인 배당 규모 및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전례에 비춰보면 오는 11월 중엔 구체적인 배당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천일고속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배당을 실시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3월엔 결산배당으로 주당 6,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이어 지난 5월에도 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비단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올해와 비슷한 시기에 총 세 차례 배당이 이뤄졌다. 2016년 역시 시기가 조금 달랐을 뿐 총 세 차례 배당이 실시된 것은 같았다.

이처럼 적극적인 배당은 주주친화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천일고속의 배당은 실적과 무관하게 실시되고 있다. 당장 올해 상반기 경영현황만 살펴봐도 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 또한 2015년 28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6년 10억원으로 급감한데 이어 지난해 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분주한 배당이 이뤄지고 있는 배경은 주주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천일고속은 박도현 대표와 동생 박주현 부사장이 각각 44.97%, 37.2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지분만 82.21%에 달하고, 아버지 박재명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85.74%에 달한다. 즉, 배당금의 대부분이 오너일가로 향하는 것이다.

배당 기조가 바뀌기 시작한 시점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사실, 과거 천일고속은 배당에 소극적이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단 한 번의 배당도 없었을 정도다. 그런데 2015년 창업주인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이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대규모 주식을 두 손자에게 증여한 뒤 배당 기조가 확 달라졌다.

결국 천일고속의 이 같은 고배당 행보는 3세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 마련을 돕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것이 주식시장의 주된 시각이다.

차명주식이 드러나고 배당 기조도 확 달라지면서 천일고속은 대표적인 ‘고배당주’ 대열에 올라섰고, 주가 또한 크게 올랐다. 하지만 경영실적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만큼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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