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많은 기대 속에 선보인 이쿼녹스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이 많은 기대 속에 선보인 이쿼녹스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04년 처음 출시돼 3세대까지 진화하며 지난해 미국에서만 29만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SUV. 쉐보레 이쿼녹스다.

올해 초 군산공장 폐쇄 등 극심한 혼란에 빠졌던 한국지엠은 경영정상화에 돌입하며 이쿼녹스의 국내시장 투입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스파크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긴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는 이쿼녹스가 첫 주자였다. 

6월-385대 7월-673대 8월-97대.

하지만 이쿼녹스의 판매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신차 출시 후 가장 중요한 시기로 여겨지는 첫 석 달의 총 판매실적이 1,155대에 그쳤다. 심지어 8월 판매실적은 97대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9월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쿼녹스의 9월 판매실적은 185대다. 앞선 8월에 비하면 2배가량 증가했지만, 200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이쿼녹스가 가진 여러 흥행요소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다. 이쿼녹스는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인 SUV일 뿐 아니라,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따끈따끈한 신차다. 수입방식으로 판매된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하다.

이러한 특징들을 종합해보면, 이쿼녹스의 저조한 판매실적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이 기간 싼타페 등 경쟁차종들은 판매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이쿼녹스는 왜 이렇게 안 팔릴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원인은 물량이다. 수입방식으로 판매되는 모델의 경우 물량 확보가 늘 가장 큰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지엠이 선보였던 임팔라 역시 초기 뜨거운 반응을 얻고도 물량 부족이란 한계를 넘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이쿼녹스의 부진은 단순히 물량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초도물량을 1,000여대 들여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물량이 소진되는 데만 약 3개월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쿼녹스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 미국시장에서만 29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북미대표 SUV다. 세련된 외관 뿐 아니라 균형 잡힌 성능 및 편의성을 자랑한다.

다만, 경쟁차종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은 저조한 판매실적의 원인으로 꼽힐만하다. 이쿼녹스는 2,945만원~4,182만원에 가격대가 형성돼있다. 경쟁차종이자 이쿼녹스보다 덩치가 큰 싼타페가 2,763만원~4,295만원의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쿼녹스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 ‘준비 부족’에 있음을 인정했다.

이쿼녹스의 판매실적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시기적으로 회사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던 때에 ‘구세주’로 불리며 더 큰 기대를 받았기에
아쉬움도 더 큰 듯하다.
여러 상황 상 다소 급하게 출시된 측면이 없지 않은데,
이것이 복합적인 판매부진 원인으로 이어졌다.

한국지엠은 지난 5월 진통 끝에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런데 때마침 6월 부산국제모터쇼가 기다리고 있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여주고,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하야 하는 상황에서 부산국제모터쇼를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렇게 부랴부랴 이쿼녹스를 출시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앞서도 이쿼녹스의 출시를 검토 및 준비한 바 있으나, 완벽한 준비를 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했다는 게 한국지엠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만약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더라도 물량 문제 등으로 아주 높은 판매실적을 거두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쿼녹스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내년부터 SUV를 많이 선보일 예정인데, 이쿼녹스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존재로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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