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를 개척한 2명의 과학자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국내 제약사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를 개척한 2명의 과학자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국내 제약사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지난 1일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와 일본 교토대 의대 혼조 다스쿠 교수를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두 과학자는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할 수 있는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새로운 암 치료법에 적용했다는 평가다. 면역항암제는 향후 암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10여개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조만간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어디까지 왔을까?

◇ ‘3세대 항암제’ 면역항암제, 보완된 것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면역항암제 영역을 개척한 연구자들이 선정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몸 속에 있는 면역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적고 치료 효과도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면역항암제는 ‘3세대 항암제’로도 불린다. 1세대 항암제는 모든 세포를 공격하다 보니 정상 세포는 물론 면역 세포까지 영향을 준다. 이로 인해 암 환자들은 탈모와 구토, 합병증 등의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이를 보완한 것이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다.

표적항암제는 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를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암세포가 진화(내성발현)하면서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이같은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면역항암제’다.

기존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형태지만,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는 암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지금까지의 항암 치료와는 다른 새로운 기전이다. 면역항암제는 면역시스템을 강화하는 기전이기 때문에 항암치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내성 문제도 극복했다는 평가다.

면역항암제는 이미 2014년 출시 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1년 약값만 억대에 이르는 고가 항암제임에도 매년 조 단위의 매출을 내고 있다. 키트루다는 미국 머크사가 개발한 폐암 치료제고, 옵디보는 미국 제약업체 BMS가 개발한 피부암 치료제다.

◇ “2020년 면역항암제 시장 85조원”... 국내는?

업계는 2022년 글로벌 항암제 시장 규모가 1,900억 달러(약 2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면역항암제는 2022년 758억 달러(약 85조원)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제품 출시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제약사들도 다양한 기존의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역항암제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89건으로, 2016년 대비 30.9%나 증가했다. 대체로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거나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경우 2016년 테라퓨틱스와 합작해 설립한 자회사 ‘이뮨온시아’가 여러 바이오벤처기업들과 함께 10여 종의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역시 2016년 애브비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면역항암제 ‘MerTK(Mer Tyrosine Kinase) 저해제’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아스트라제네카와 3가지 면역항암제 타깃에 대한 선도물질 및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신라젠은 천연두 바이러스를 이용한 면역항암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보령제약의 바이오벤처사인 ‘보령바이젠셀’은 암세포를 찾아가는 면역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보령바이젠셀은 조만간 국내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GC녹십자셀이 개발한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는 지난 6월 미국 FDA로부터 간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나아가 최근엔 면역세포를 꺼내 유전공학적으로 변형시키고, 이를 다시 몸속에 넣어주는 면역세포치료제인 CAT-T(키메라 항원 수용체 장착 T세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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