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 이회성 의장 및 의장단이 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기상청, 뉴시스
IPCC 이회성 의장 및 의장단이 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기상청, 뉴시스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지구와 인간을 지키려면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

온난화로 인한 지구 재앙을 피하기 위해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전 세계 기후전문가들의 권고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8일 인천에서 열린 제48차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세계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이를 위해 전 세계가 오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가까이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 기후변화 제한 목표치 2도→1.5도로 강화한 IPCC

‘1.5도 특별보고서’에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게 하면서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기존 의무 상한선은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가 채택한 파리협정의 2.0도다. 하지만, 2도로 계속 유지할 경우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는 물론, 빈곤 취약계층과 세계 경제성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예를 들어 2도에서는 해수면이 약 10㎝ 높아져 도서지역 1,000만명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 또, 1.5도 올라가면 여름철 북극 얼음이 100년에 한 번꼴로 사라지지만 2도 올라가면 10년에 한 번 사라진다. 이 외에도 2도 올라가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와 중남미의 곡물 수확량이 크게 줄어 영양공급 문제가 심각해지지만 1.5도로 억제하면 기후변화로 빈곤에 처하는 인구가 수억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심각한 물 부족에 노출되는 인구도 2도 올라갈 때의 절반으로 감소한다. 열섬 현상 같은 도시 폭염도 조금이나마 누그러지고, 말라리아와 뎅기열 같은 전염병 위험도 낮아진다. 파리협정보다 상승폭을 0.5도 낮춰 잡은 이유다.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도 상승했다. 최근에는 온도 상승 추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2030~2052년에는 기온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100년까지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인위적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순제로 배출(인위적 배출량과 인위적 흡수량이 같아지는 것)’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진단이다.

데브라 로버츠 IPCC 실무그룹 공동의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굉장히 강조하는 부분은 지구온난화 중 어떤 수준(2도와 1.5도)도 인간에게 안전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변화가 대규모로 일어나야 하는데 이를 통해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을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인간보건 증대 등 다른 편익이 인간에게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이 1.5도 올라가면 여름철 북극 얼음이 100년에 한 번꼴로 사라지지만 2도 올라가면 10년에 한 번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 삶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이 1.5도 올라가면 여름철 북극 얼음이 100년에 한 번꼴로 사라지지만 2도 올라가면 10년에 한 번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 삶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 ‘1.5도 특별보고서’, 이산화탄소 배출 2050년까지 ‘0’으로 줄여야 

1.5도가 새로운 의무 목표치가 되면 각국은 이산화탄소 등 온난화 가스 배출량부터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이번 특별보고서도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수소, 원자력, 풍력, 태양광 등 저탄소 에너지기술 활용을 촉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들어가는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2도 상승’ 시나리오에 비해 3~4배 더 들 것으로 봤다. 1.5도 달성을 위해 시스템을 바꾸려면 2035년까지 매년 2조4,000억달러의 총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짐 스키 IPCC 실무그룹 공동의장은 “물리적으론 1.5도 제한 목표를 달성하는 게 가능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제도적인 측면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2050년까지 0으로 줄여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 조건이 있다. ‘지금 즉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는 영영 기회가 없을 것이다.
- 발레리 매종 델모뜨 IPCC 실무그룹 공동의장


한편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이 1988년 공동 설립한 IPCC는 기후변화 관련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국제기구다. 한국 등 195개국이 참여한다. IPCC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대응 방안 등을 과학적으로 검토해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2015년 파리협약에서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작성됐다. 6,000건이 넘는 과학적 문헌을 집대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총회에서 승인된 특별보고서는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리는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의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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