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펠리스 호텔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뉴시스. AP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펠리스 호텔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뉴시스. AP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측의 5·24 조치 해제에 “우리 승인 없이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이상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면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approv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은 우리의 승인없이는 (대북제재 해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대북 제재완화는 비핵화가 먼저 이뤄진 이후”라는 입장을 재차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한미 사이에 긴밀한 협의와 공감 하에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모든 사안은 한미 사이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5.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우리 정부가 내놓은 독자 대북제재 방안이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신규투자 금지 등이 골자다.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 나선 강경화 장관은 “5.24 조치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되자 “담당 부처가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5.24 조치 외에 미국 측은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된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서도 우리 측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강경화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힐난, 격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게 맞느냐’는 정진석 의원의 질의에 “맞다”고 인정했다.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한미 간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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