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폭스바겐에 이어 BMW도 대규모 할인에 나섰다. 이를 두고 시장에 혼란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우디·폭스바겐에 이어 BMW도 대규모 할인에 나섰다. 이를 두고 시장에 혼란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아우디·폭스바겐이 대대적인 할인 판매를 등에 업고 9월 수입차업계 판매 1·2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엔 BMW가 ‘폭탄 할인’ 카드를 꺼냈다. 소비자 입장에선 5,000만원대 수입차를 3,000만원대 중반에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시장 질서에 혼란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BMW는 이달 들어 3시리즈 모델에 대해 대규모 한정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320d의 경우 원래 가격은 5,000만원이 넘지만, 할인을 적용하면 3,000만원대 중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딜러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할인액이 1,400만원 안팎에 달한다.

BMW가 이 같은 폭탄 할인에 나선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신형 3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실시하는 재고처리다. BMW는 최근 파리모터쇼를 통해 신형 3시리즈를 전격 공개했다. 국내 시장엔 내년 상반기부터 선보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군 화재사고 파문이다. 이로 인해 BMW는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을 뿐 아니라 판매실적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8월과 9월 판매실적이 2,000여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실적을 끌어올리는 일이 최대 당면과제다.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둔 시점에 재고 처리를 위해 대대적인 할인을 실시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행보다. 또한 특정 사건·사고로 인해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할인 카드를 꺼내는 것도 이례적이지 않다.

다만, 할인규모는 ‘역대급’이다. 30%에 달하는 할인율과 1,400만원 안팎의 할인액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BMW는 올해 초에도 3시리즈에 대규모 할인을 적용해 쏠쏠한 효과를 본 바 있는데, 할인 규모는 1,000만원 수준이었다.

원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에겐 반가운 일이지만, 기존 고객 입장에선 결코 달갑지 않다. 더 비싼 돈을 주고 구입했음에도 ‘할인차’라는 오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BMW가 고급 수입차 브랜드라는 점에서 고객들의 불만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중고차 시세 하락에 따른 실질적인 피해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BMW 측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재고처리 차원이다 보니 컬러나 사양 선택이 제한적인 점이 있다”며 “할인폭이 다소 크긴 하나, 신차 출시를 앞둔 재고처리로 아주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판매실적 올리면 땡? 신중한 접근 필요

이 같은 수입차업계 ‘할인 논란’은 올 들어 계속되고 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BMW에 앞서 대규모 할인판매를 실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판매재개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점에 각각 A3와 파사트에 대한 할인판매를 실시한 것이다. 인증중고차 방식으로 판매한 점이 BMW와 차이이긴 하지만, 핵심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할인판매의 명분은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 준수였다. 연간 4,500대 이상 판매하는 자동차회사는 전체의 9.5%를 저공해차로 판매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과징금을 내야 하는데, 과징금을 내는 대신 할인판매를 해서라도 저공해차 판매 비율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판매재개와 함께 흥행몰이를 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효과는 뚜렷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9월 판매실적에서 수입차업계 1·2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러한 ‘폭탄 할인’이 시장 전반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했듯 기존 고객들의 불만 및 피해를 야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질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의 경우 할인판매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적잖은 혼선을 겪었으며, ‘웃돈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할인판매가 논란을 일으킨 브랜드들의 면죄부로 자리 잡게 하는 나쁜 전례가 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 대대적인 할인을 실시한 브랜드는 모두 거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할인판매는 자동차업계에서 늘 있는 일이지만, 지나칠 경우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시장에서 가격이 갖는 중요성이 무척 큰 만큼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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