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좀처럼 여론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국감은 주로 야당의 독무대로 이뤄져왔지만, 문재인 정부 공과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면서 야당이 전투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당을 방어하면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여당도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감은 주로 첫 주에 가장 많은 이목을 받는다. 굵직한 대상기관을 상대로 정부 실정을 파헤치는 야당과 이를 방어하려는 여당의 대치, 기업 총수 등 거물급이색증인이 국감의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는 주요 요소였다. 하지만 이번 국감은 증인채택 과정에서부터 주목할 만한 증인들이 모두 채택되지 않거나 불출석 한 데다, 여야 모두 헛발질로 되레 국민의 비판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국감 기간 다룰 만한 이슈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여론이 무관심한 배경 중 하나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경제 상황에 대해 줄곧 문제제기를 해왔다. 평창동계올림픽과 1~3차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야당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해왔다. 국감에서도 똑같은 이슈를 놓고 비슷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적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야권이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으로 쪼개져 있다는 것도 야당의 화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통 국감은 정부 견제·감시 기능을 하는 야당이 존재감을 내보이며 독무대를 펼치는 시기다. 하지만 보수정당이 분열을 거듭하면서 단일대오를 꾸리지 못하고 있어 전투력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야권으로 분류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보수대통합을 화두로 서로 비난만 주고받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 비판에 가장 날을 세워야 할 제1야당인 한국당 내부 상황도 좋지 않다. 일단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렸고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을 중심으로 인적 쇄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전 위원은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 분류되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을 향해 견제구를 던졌고, 당협위원장 인선 작업이 진행될수록 당 내부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 : “소상공인연합회 이런 데에서 백종원 대표님이 타깃이다. 백 대표님 가맹점이 다 손님 뺏어간다고 한다. 이젠 중견기업 되셨으니 사회적 환원도 해야 되는데 출점 제한할 수 없나.”

백종원 대표 : “가맹점주도 똑같은 자영업자다. 과외나 학원이 불법이면 (제가) 혼나야 맞지만, 본인이 독학이 안 돼서 과외를 받고 학원에 다니는데 이게 왜 죄냐. 프렌차이즈 지점 하는 건 죄를 진 건 아니다. 자기가 독학이 안 돼 본사 도움을 받는 건 죄가 아니다. 가맹비도 있는데 자율경쟁시대에서 이런 행동들이 도대체 뭐가 문제냐.”

여야 의원들의 과도한 열정이 역풍을 부른 경우도 있었다. 이번 국감 출석 대상에는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선동열 국가대표 야구감독 등 눈에 띄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들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는 빈틈이 많았다. 선 감독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부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야구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백 대표에 대한 질의 계획이 없던 의원들도 따로 질의 시간을 할애해 자영업 위기 해결책을 묻는 등 백종원 강연을 방불케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국감은 오는 29일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1주차에 나타났던 맹탕 국감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5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국감을 주도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준비가 안 되면 (국감은) 의미가 없다. 1주차가 거의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의원들이) 이름을 회자시키기 위해서 (증인이나 소품을) 마구 가지고 나오는데 그것들이 내용을 보강하거나,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너무 내용과 유리돼 있기 때문에 부실국감, 더 손해를 보는 결과만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