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에 가속도가 붙는 것과 달리 북한에 대한 통계나 통일비용 등 기초자료 마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20일 백두산 천지 방문을 마치고 삼지연 초대소에서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경협에 가속도가 붙는 것과 달리 북한에 대한 통계나 통일비용 등 기초자료 마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20일 백두산 천지 방문을 마치고 삼지연 초대소에서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문재인 정부가 4·27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등 남북경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추진에 가속도가 붙는 것과는 달리 북한에 대한 통계나 통일비용 등 기초자료 마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18일 최근 3년간 통일비용·편익비용 관련 통일연구원 보고서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 의원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통일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통일비용·편익비용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연구원은 매년 2~3편의 연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2015년 이후에는 단 1편도 발표하지 않았다.

1991년 설립된 통일연구원은 통일문제에 관한 제반사항을 전문적·체계적으로 연구·분석해 국가의 통일정책 수립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최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비용추계를 놓고 적정성 논란이 일어났다. 정부는 지난달 국회에 비용추계서를 제출하면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전체적인 비용추산액이 아닌 2019년도에 예상되는 추가 소요 비용 2,986억 원 등 2018~2019년 예상 비용 6,438억 원만 적시했다. 이 비용은 남북 철도 연결 사업 및 산림 협력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당장 내년치 비용추계만 제출한 것에 대해 향후 남북관계에 따라 비용이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원기간과 총비용의 규모 등이 불명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만 봐도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4년 통일금융보고서를 통해 총 15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철도 57조원, 도로 35조원 등 112조원, 씨티그룹은 철도 27조원 및 도로 25조원 등 70조8,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통일부의 '10·4선언 합의사업 소요재원추계'에도 철도 도로 개보수 등에 8조 등 14조 3,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처럼 통일비용은 정의방식 및 통일비용 산출과 관련한 기본가정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통일비용 등을 분석하고 추정해 국민에게 비용의 성격과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중요한데, 이를 담당할 통일연구원이 3년 가까이 관련 연구에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지 의원은 "연구원의 연구 및 발전방향 기획 사업 목적에도 정확히 명시되어 있는 중요과제를 지난 3년여간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는 건 심각한 직무유기"라며 "지금이라도 통일비용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국민이 소요비용과 편익을 비교해서 알 수 있도록 연구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통계를 생산하고 관리할 통계청 인력도 10년째 제자리인데다 전담인력도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10년 통계청 북한통계 인력 현황. /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실 제공.
최근 10년 통계청 북한통계 인력 현황. /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실 제공.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통계 담당 인력은 2008년부터 3개 과(통계정책과, 통계서비스기획과, 인구총조사과)에 실질적으로 각 5급 1명, 6급 이하 1명 등에 불과했다.

2012년 북한 벼 재배면적 시험조사를 위해 농어업통계과 인력은 5급 1명, 6급 이하 1명이 추가됐으나, 올해까지도 전체 인원은 5급 4명, 6급 이하 4명으로 변함이 없었다.

이 외에도 국내기관의 북한통계 105종 자료 중 통계청을 출처로 하는 통계는 5건(4.76%)에 불과했다. 통계청이 북한통계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기보다는 수집 역할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심 의원은 "남북 관계가 빠른 걸음을 걷고 있는데, 정작 신뢰할 수 있는 북한통계의 생산 및 관리에서 통계청은 무사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북한통계를 바탕으로 통일을 대비하는 로드맵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북한통계의 체계적 관리 및 조사인력과 예산확보를 위해 신임 청장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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