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VDC 분야 국내 유일의 사업자인 LS산전은 남북 경제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준비에 힘쓰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마이크로그리드, 장기적으로는 슈퍼그리드로 북한 전력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사진은 LS산전 관계자가 HVDC 변환용 변압기를 점검하고 있다. / LS산전
HVDC 분야 국내 유일의 사업자인 LS산전은 남북 경제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준비에 힘쓰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마이크로그리드, 장기적으로는 슈퍼그리드로 북한 전력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사진은 LS산전 관계자가 HVDC 변환용 변압기를 점검하고 있다. / LS산전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지난달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핵심인 HVDC(초고압직류송전 ; High Voltage Direct Current)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특히 HVDC 분야 국내 유일의 사업자인 LS산전의 행보가 관심을 집중시킨다. LS산전은 남북 경제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준비에 힘쓰고 있다. 나아가 HVDC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각오다. 

◇ 남북경협 기대감 ↑, HVDC 기술 주목

3차 남북정상회담 등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철도•전기•가스의 남북연계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 몽골, 한국, 일본의 전력망을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Supergrid)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슈퍼그리드는 국가 간 대전력 융통을 위해 구축하는 대륙 규모의 광역 전력망으로, 국가 간 전력거래와 신재생에너지 등의 통합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고도화된 전력망이다. 

2012년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그 필요성이 본격 제기됐으며, 동북아시아 각국은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시장 선점을 위해 슈퍼그리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전력 연결성 측면에서 섬이나 마찬가지로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몽골에서 생산한 전기를 러시아와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북한리스크 등을 이유로 다소 소극적이었으나, 최근 남북경협 기대감이 커지면서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핵심인 HVDC(초고압직류송전 ; High Voltage Direct Current)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현재 세계 HVDC 시장은 지멘스(Siemens)와 ABB,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舊 알스톰, 이하 GE) 등 3대 글로벌 기업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이미 40~50년 전부터 HVDC 기술을 상용해 세계 각국에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우리나라는 HVDC 기술 및 사업화 역량 확보를 위해 GE 기술을 도입해 지난 1997년 진도-제주간 300MW급 제 1 HVDC 구축에 이어 2014년 양방향 전력송전이 가능한 400MW급 제 2 HVDC를 구축했으며, 총 6조5,000억원을 투자해 북당진∼고덕간(1조3,000억원), 신한울∼가평간(5조3,000억원) HVDC 시범사업을 추진해 각각 2020년,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 HVDC 관련 시장, 2030년엔 152조원 규모 성장 기대  

HVDC 기술은 해저케이블 송전, 대용량 장거리 송전, 주파수가 상이한 교류 계통 간 연계, 도시 밀집지역의 단락용량 경감을 위한 연계 등 활용분야가 넓은 차세대 전력전송기술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HVDC 관련 시장도 2020년 730억 달러(77조원), 2030년 1,430억 달러(15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급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대용량 장거리 송전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노후 HVDC의 교체 및 업그레이드 수요와 함께 신재생 연계용 대용량•장거리 송전 프로젝트가 눈에 띄는데, 계통연계용 BTB(Back To Back)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전압형 HVDC는 세계적으로 15개 프로젝트 약 3GW 규모가 운전 중에 있다, 그리고 17개 프로젝트 약 13GW 규모가 건설 또는 계획 중에 있다. 전압형의 경우 북해 연안 해상풍력 연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BTB에 전압형을 적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 시장에서는 슈퍼그리드를 위한 한•러-한•일-한•중 간 연계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해외진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S산전은 HVDC 핵심기술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은 LS산전 관계자가 HVDC 변환용 변압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 LS산전
LS산전은 HVDC 핵심기술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은 LS산전 관계자가 HVDC 변환용 변압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 LS산전

◇ HVDC 분야 국내 유일의 사업자,LS산전 

HVDC 분야 국내 유일의 사업자인 LS산전은 HVDC 분야를 그린 비즈니스 분야의 확고한 축으로 삼고 적극 육성해 왔다. 

LS산전은 한국전기연구원과 공동으로 2013년부터 직류 전력망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기술적 장애로 꼽히는 직류차단기 개발과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공동연구센터를 운영, 최근 전기연구원이 개발한 직류차단 관련 기술을 이전 받은 바 있다. 전기연구원은 현재 배전급 전압의 직류차단기 개발에 성공했으며 다음 단계로 송전급 전압의 직류차단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S산전은 이에 앞선 2011년 총 1,100억원을 투자해 부품 입고부터 성능검사, 조립, 시험, 시운전까지 가능한 HVDC 전용공장을 부산 진해 경제자유구역 화전산업단지에 부지 1만1,157여㎡(3,375평), 건축 연면적 5,910㎡(1,788평) 규모로 건설, 핵심설비 국산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 이듬해 ±80kV HVDC 변환용 변압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최종 시험을 거쳐 한전과 협동연구로 진행하고 있는 HVDC 실증단지인 제주 금악변환소에 성공적으로 설치 완료했다.

이후 ±250kV/200MW 시스템까지 적용이 가능한 싸이리스터 밸브(Thyristor Valve), C&P(Control & Protection) 시스템 플랫폼을 차례로 국산화 시키는 등 HVDC 시스템의 핵심 부품 개발을 모두 완료하고 2014년 제주 HVDC 실증단지에 파일럿(Pilot) 시스템에 대한 실증 운전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LS산전은 이와 같은 HVDC 핵심기기 국산화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10월 ‘2012년도 대한전기학회 전력기술부문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술상을, 12월에는 경북대에서 개최된 ‘2012년도 전력전자학회 정기총회’에서 HVDC 싸이리스터 밸브 기술로 ‘올해의 전력전자제품상’, ‘기술상’, ‘감사패’ 등 총 3개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연구개발과 동시에 이를 사업화하는 노력도 동시에 진행됐다. LS산전은 지난 2009년 한국전력공사와 LS전선(해저케이블), 대한전선(케이블)이 공동으로 국산화 기술개발을 위한 합동연구에 착수하며 HVDC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어 2013년에는 한국전력과 알스톰이 HVDC 기술협력을 위한 조인트벤처 KAPES(KEPCO-ALSTOM Power Electronics Systems Inc.)를 설립하고, 핵심기술 이전 사업자로 LS산전을 선정하며 사업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LS산전과 KAPES는 이듬해인 2014년 총 사업비 3,180억원 규모의 충남 북당진과 평택 고덕 간 서해 HVDC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어 2018년 1월, 신울진(신한울)~신가평간 HVDC 구축 사업에 1,600억원 규모 HVDC용변환설비 공급 사업자로 선정돼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 LS산전, HVDC 기술 연계 신사업 확대

이와 함께 LS산전은 지난 2015년에는 HVDC 연관기술인 SVC(Static Var Compensator ; 무효전력보상장치) 개발에 성공해 LS-Nikko동제련 온산공장 154kV 변전소에 설치 완료했다. 

SVC는 전력 송•배전 시 손실되는 무효전력을 보충해 전력 운송의 안정성을 높이는 설비로, 전력회사, 철강회사는 물론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변해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해주는 유연전송시스템(FACTS ; Flexible AC Transmission System)의 핵심설비다. 반도체 소자의 일종인 ‘싸이리스터’로 전력변환기술을 적용해 교류계통이 갖는 전력손실의 한계를 보완하는 시스템이다. 전력사용량이 많고 변동이 심한 제련공장 변전소에서 실제 운전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한전과 국내외 철강회사를 대상으로 SVC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LS산전은 이 같은 성과와 계획을 바탕으로 향후 3년 내에 HVDC/FACTS 전반에 걸친 제품군을 확보, AC/DC를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전력시스템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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