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만국우편연합 탈퇴 검토… 미중 갈등 ‘우편분야’로 확대

미국 정부가 만국우편연합의 국제배송료 기준이 중국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정돼 있다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미국 정부가 만국우편연합의 국제배송료 기준이 중국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정돼 있다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우편 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CNN은 17일(현지시각) 미국이 만국우편연합(UPU)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부 인사의 발표를 보도했다. 만국우편연합은 효율적인 국제 우편물 교류를 목적으로 1874년에 설립됐으며, 현재 192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문제는 신흥국들에게 선진국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소포를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한 만국우편연합의 국제배송료 기준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은 보스니아‧보츠와나‧쿠바 등과 같은 배송료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미국 정부 측은 이것이 일종의 우편보조금 역할을 함으로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미국 우편국의 만성적인 적자 등 ‘심각한 경제 왜곡’을 야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공정한 배송료 체계에 대한 불만은 미국 내 자유무역주의자들에 의해 꾸준히 표출돼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은 지난 9월 파이낸셜타임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베이징에서 뉴욕으로 보내는 소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보내는 소포보다 더 싸다”며 배송료 재편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4.4파운드(약 2킬로그램) 무게의 소포를 보내는 데는 19~23달러가 들지만,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데는 5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CNN은 만국우편연합 탈퇴 협상이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며, 이 기간 동안 행정부가 UN과 새 우편요금 기준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01월 전까지 자체적으로 만든 배송료 기준을 발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백악관은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UPU 탈퇴 계획은 취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만국우편연합 탈퇴에 유감을 표명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19일(현지시각) 류 캉 외무부 대변인이 “중국은 UPU의 다자주의 활동을 지지한다. 앞으로도 국제우편서비스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주변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영국 배달서비스업체 ‘딜리버리히어로’의 데이비드 징크스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17일(현지시각) 인터뷰에서 “미국의 행동이 국제 우편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국이 UPU체제 하에서 불공정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한 만큼, 미국의 탈퇴가 다른 국가들의 연쇄 탈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다수의 국가들이 배송료 기준을 자체 산정할 경우 국제우편시장 및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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