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휴스턴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 그는 이틀 전 중거리핵전력 조약을 탈퇴할 수 있다고 발언했으며, 그의 참모들은 그가 중국과 무역 협상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AP
22일(현지시각) 휴스턴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 그는 이틀 전 중거리핵전력 조약을 탈퇴할 수 있다고 발언했으며, 그의 참모들은 그가 중국과 무역 협상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당초 ‘짧은 해프닝’으로 여겨졌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가 마무리되는 11월 중순부터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던 전망도 시들해졌다. 오히려 관세에서 시작했던 G2의 대립이 정치‧군사 영역으로 넓어지는 모양새다.

◇ 진행 중인 무역협상도, G20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도 없어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22일(현지시각) 백악관 내부 인사들의 발언을 토대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이 부과한) 관세로 인해 더 고통 받기를 원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백악관 인사들은 악시오스를 통해 그가 “무역 전쟁은 아직 초기 상황일 뿐”이라고 말했으며, 관세가 중국 상품의 유통비용을 높여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칠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가까운 시일 내에 협상이 재개될 전조도 없다. 백악관의 경제 팀은 현재 중국과 다시 접촉할 계획이 없으며, G20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특별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고 있다. 더 강경한 태도가 자신들을 협상 테이블로 인도할 것이라고 믿는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정책을 통해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중이다. 악시오스는 “모든 신호가 무역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의 발언을 정리했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CNBC는 22일(현지시각)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장칭리 부주석이 미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미국은 물론 다른 어떤 나라와도 무역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그것이 두렵지는 않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장칭리 부주석은 또한 중국과 무역 협상을 벌인 후 관세를 발표했던 백악관 관료들을 비난하며 “이러면 중국은 보복조치밖에 취할 것이 없다”고 강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INF조약 파기 시사… 군비경쟁 부활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뿐 아니라 군사전략 카드까지 꺼내들며 중국을 압박하는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네바다에서 유세하던 중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파기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1987년 로널드 레이건(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가 맺은 중거리핵전력 조약은 양국이 500~5,500킬로미터 사정거리의 탄도미사일 및 지상발사순항미사일을 개발·실험·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과 소련·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 조약에 따라 폐기한 미사일의 개수는 약 2,700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상의 당사자인 러시아에게 조약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제3자인 중국에게도 조약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미국은 INF조약을 파기하고 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엄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조건으로 내세운 ‘중국의 INF 참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각) ‘트럼프는 어쩌면 냉전을 부활시킬지도 모른다’ 제하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유용한 전략무기인 중거리 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은 러시아보다도 가능성이 더 없다”며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미국 태평양군사령부 사령관 역임)의 말에 따르면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중국 인민해방군 미사일 전력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이전까지 한 번도 중거리미사일 감축 요구를 받은 적이 없던 중국이 이제 와서 고개를 숙일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군사 분야로까지 번진다면, 양국 경제 관료들이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는 날도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