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 갑질 행각이 논란인 가운데 국회에 계류중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 갑질 행각이 논란인 가운데 국회에 계류중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찍히면 죽는다.” 양진호 회장에 대한 위디스크 직원들의 평가다. 심지어 성희롱 피해를 회사에 알린 여성 직원들도 양 회장의 괴롭힘에 결국 퇴사를 해야 했다. 여성 직원들에게 성희롱을 했던 직원은 양 회장의 측근이었다.

“너. 너. 너. 워크숍 가자.” “너. 너. 너. 회식하자.” “너. 너. 너. 이 색깔로 염색해라.” 양 회장이 지시하면 모두 따라야 했다. 생닭을 화살(컴파운드 보우)과 일본도로 죽이라고 하면 그래야 했다. 뜨거운 음식도 양 회장의 식사 속도에 맞춰 먹어야 했고, 남기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술은 무조건 원 샷, 화장실은 금지, 토할 것 같으면 미리 준비한 양동이에 하면 된다.

전 직원의 뺨을 사무실이 울릴 정도로 내리 칠 때도 직원들은 묵묵히 업무를 봤다. 나서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찍히면 죽으니까. 한 정치인은 양 회장의 이 같은 횡포를 보고 마치 ‘연산군’ 같다고 말했다. 폭군의 폭주를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 10월 한 달간 ‘양진호형 갑질’ 제보 23건

양 회장은 조만간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5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 회장은 경찰 소환을 앞두고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양 회장의 전 직원 폭행 혐의와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4년 전 양 회장 등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모 대학교수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양 회장의 일상적인 직원들에 대한 괴롭힘은 조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법적으로 처벌 규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양 회장의 ‘공포의 워크숍’ 보도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달리 말해 현행법상 이 같은 행위를 규제하거나 처벌할 근거는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루의 대다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상사의 괴롭힘과 따돌림은 한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기 충분하다. 결국 퇴사를 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4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10월 한 달 간 이른바 ‘양진호 갑질’로 불릴만한 제보는 23건에 달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소주병을 들고 내리치려는 듯 위협하기, 고객들이 보는 영업장에서 목 조르기, 직원들이 다 보는 사무실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직원에게만 차렷 자세로 인사를 시키기, 외투에 넣어둔 생리대를 불쑥 꺼내 직원들 앞에서 흔들어대기, 성희롱 피해를 알린 직원에게 오히려 명예훼손 협박 및 따돌리기, 부하 직원에게 그의 아내가 보는 앞에서 ‘뱀춤’이라며 허리띠로 내리치기 등이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전 위디스크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 /뉴스타파 영상 캡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위디스크 전(前)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 /뉴스타파 영상 캡처.

◇ 매번 폐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이번엔 통과될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난달 직장갑질119에서 제보 받은 피해사례는 225건이나 됐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폭행’만을 처벌하고 있어 이 같은 행위들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직장갑질119는 “피해자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병원 치료를 받아도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어려울뿐더러 결국 퇴사를 하면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면서 “현행법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상사의 갑질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국회에서 직장 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2013년부터 발의된 관련법만 10건이 넘는다. 그러나 매번 주요 쟁점에서 빠지면서 폐기되기 일쑤였다. 그러다 올 초 ‘간호사 태움’ 논란이 일자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고, 지난 9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통과됐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 역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법안심사 2소위원회로 넘어가, 또 다시 논의 절차를 밟게 됐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고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은 반쪽짜리 법안이라도 통과되길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자유한국당 이완영, 장제원 의원이 괴롭힘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징계 대상 행위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규정됐다”면서 “오늘도 직장인들은 상사의 갑질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데 국회가 직장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국회는 하루 빨리 ‘양진호 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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