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여론의 공감을 좀처럼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홍 전 대표가 '메시지의 희화화'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여론의 공감을 좀처럼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홍 전 대표가 '메시지의 희화화'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홍 전 대표가 지난주 한국당 내홍 문제를 거론하면서 바른미래당과 설전으로 이어졌고, 주말에는 '귤 상자' 발언으로 정치권으로부터 '유언비어를 유포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다만 홍 전 대표의 발언은 모두 논란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시간이 지나 홍 전 대표의 발언이나 정책을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은 일자리 창출 주체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좋은 일자리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말했고, 유류세 인하 정책도 홍 전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럼에도 홍 전 대표의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은 희화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홍 전 대표가 전하는 '메시지'의 내용과 별개로 화법이나 '메신저'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예전부터 일자리 창출 주체는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회는 규제프리존 등 규제완화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정부는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고도 했다.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도 지난해 4월 대선 후보 당시부터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이 너무 커서 유류세를 절반으로 내리려고 한다"며 유류세 인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면 일자리 창출 주체가 누구냐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중앙정부'에서 출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에도 "일자리를 민간부문이 주도해서 만드는 것이 원칙인데 우리나라는 십수년간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인 8월 시·도지사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지방정부 주도 방침을 밝혔다.
 
그러다 지난 10월에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하락하고 고용지표도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주도의 한계를 느끼고 민간 대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6일 서민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 15% 인하를 도입했다. 유류세 인하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10% 인하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유류세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홍 전 대표는 최근 보수 성향 포럼 '프리덤코리아'의 연내 발족과 개인 인터넷 방송인 'TV 홍카콜라' 등을 추진하며 정계복귀의 발판을 닦고 있다. 특히 내년 전대 출마보다는 '네이션 리빌딩(국가 재건)'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대선 출마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홍 전 대표의 발언이 좀처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에서는 그 경우가 더 빈번하다.
북한으로 보내질 제주산 귤이 제주공항에 착륙한 군용기에 적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으로 보내질 제주산 귤이 제주공항에 착륙한 군용기에 적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당장 12일 여야 정치권은 홍 전 대표의 '귤상자' 발언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전날 청와대가 북한산 송이버섯 2t을 선물받은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귤 200t을 북한에 보냈다는 것에 대해 "귤상자 속에 귤만 들어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귤 북송의 형식을 빌려 북한에 특별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자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남북 간에 송이버섯 받은 것에 대해서 답례하는 정도를 가지고 야박하게 나오니"라며 "뭐 하신 분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비난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대선 후보까지 한 사람이 유언비어를 유포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국당의 김영우 의원도 "의혹을 말했는지 모르겠으나 넘겨짚는 식의 그런 것(발언 방식)은 분명히 과도하다"라며 홍 전 대표의 표현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의 대북 교류, 또 대북 경협에 있어 불분명했던 적이 많지 않았나. 대북 송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시달렸나"라며 "그런 전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의심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홍 전 대표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 자체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혹이라는 것이다.
 
결국 홍 전 대표의 메시지가 여론의 공감을 얻으려면 일차적으로 화법을 바꿀 필요가 있는 셈이다. 현재의 방식 그대로는 정계에 복귀하더라도 오히려 문재인 정부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바른미래당은 전날 논평을 통해 "홍 전 대표가 정부 여당에 제대로 된 비판을 해도 그 진의를 의심하는 국민들이 많을진대 이런 식의 비판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라며 "정부여당에 대한 정상적인 비판마저도 홍 전 대표의 입을 거치면 희화화되고 정부의 지지율은 상승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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