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우리 젊은 사람들에 비해 노인들은 축복받은 세대입니다. 저는 극장 앞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평일 손님의 80퍼센트가 노인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커다란 소리로 즐겁게 애기하는 그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납니다. 아무 보탬도 안 되는 사람들이 연금 덕분에 유유자적하게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만약 취직을 하게 되더라도, 그런 노인들을 위해 연금을 납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 세대는 연금을 내도 과연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합니다. 왜 지금까지 세대 간의 격차를 허용해 온 것일까요.”

일본 작가 가키야 미우가 20121월에 출간한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에 나오는 구절일세. 70세 사망법안에 찬성하는 대학 4학년 학생이 한 말이지. 노인들에 대한 적의가 느껴져서 섬뜩해. 이 소설에 나오는 여론조사에 의하면, 70세 사망법안에 대한 전체 국민의 찬성률은 28%인데 비해 20~30대의 찬성률은 87%나 되네. 어쩌다가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미워하고 사라져주기를 바라는 이 되어버렸는지

70세 사망법안이 뭐냐고? 이름그대로 일흔이 되면 강제로 죽어야 하는 법이야.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왕족뿐이다.” 참 고약하구먼. 여기서도 왕족은 예외라니. 어떻게 죽이냐고? 정부가 준비한 몇 가지 안락사 방법들 중에서 대상자가 자유롭게선택한다는군. 이 법이 시행되면, 시행 1차 년도의 사망자 수는 이미 70세가 넘은 자를 포함해서 약 2,200만 명, 2차 년도부터 해마다 150만 전후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그 결과 고령화로 인한 국가재정의 파탄이 일시에 해소된다는군.

소설 속 이야기지만 꽤 황당무계하고 충격적이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의 이야기지만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네. 몇 년 지나면 우리도 일본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될 테니까. 고령화로 인한 문제가 많은 것 사실이지만, 일흔이 되면 모든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법안은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설 속 이야기에 불과하네. 또 아무리 통제된 사회에서 살아도 그런 법대로 순순히 죽어 줄 사람도 많지 않을 거고.

난 저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정책들과는 크게 다른저출산 고령화대책을 생각해봤네. 물론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대책이지만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방법은 아닐세. 국민들이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가능한 것이니까. 뭐냐고? 법안의 이름은 가칭‘70세 노동 금지일세. 70세가 되면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을 무조건 금지하는 거네. 위반하면 버는 돈보다 100배 정도의 벌금을 물리는 거고. 왜 그런 극단적 대책을 생각했냐고? 청년들이 노인들에 대해 적개심을 갖는 이유들 중 하나가 일자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세.

통계청이 927일에 발표한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70~74세 노인 고용률은 33.1%로 압도적이네. 1등일세. 200026.6%에서 6.5% 늘어난 거지2017년 기준 OECD 평균은 15.2%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국도 18.9%에 불과하네. 참고로 독일은 7.1%. 65~69세 고용률도 45.5%200042.9%에서 2.6% 높아졌네. 여기서 고용률은 해당 연령대 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하네.

우리나라 노인들은 왜 이렇게 늦게까지 일을 할까? 노인 빈곤률이 무려 49.9%OECD국가 중 단연 1위라는 것은 알고 있지? 65세 이상 노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가난하다는 뜻이야. 이는 한국 노인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게 일이 즐거워서가 아니고 먹고 살기 위해서불가피하게 선택한 노동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일하지 않고서는 먹고 살 수 없는 게 지금 우리나라 노인들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거든.

우리 현실이 이렇게 비참한데도 ‘70세 노동 금지법안이 생기면 노인들은 어떻게 하냐고?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정부가 기부제도 확립 등을 이유로 다시 법안을 폐지하는 것으로 끝나네. 정부가 대폭적인 증세로 아시아 최초의 복지국가를 만들어 고령화로 인한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지.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서 열변을 토하는 총리의 모습이 인상적일세. 조금 길어도 들어보게나.

"70세 사망법안 덕분에 국민은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장기적인 시각에서 내세운 정책은 하나같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눈앞의 이익만 쫓는 정책만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그때그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말하자면 일시적인 장밋빛 인심 쓰기 정책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국민은 눈을 떴어요. 더불어 최저임금도 대폭 올릴 것입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으로 제정해서요. 즉 파견노동자와 시급제 노동자의 임금이 대폭 상승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죠. 싫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국민이 많으니까요. 정년까지 참고 견디는 인생이 사라진다는 것은 노동시장이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뜻이 되죠.”

우리 대통령이나 총리도 70세 이상 노인은 더 이상 이 땅에서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할 수 없다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저런 연설을 할 수 없을까? 지금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늘리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공적 영역을 제외한 일자리는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네. 그게 세상의 흐름이야. 어느 나라든 전례 없는 기술 발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더 나아가 앞으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사회적 모델을 개발해야 할 때일세. 지금 복지국가라고 불리는 나라들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게 보편적인 기본소득제의 도입인 것이고.

우리는 아직 복지국가의 문턱도 넘지 못했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네. 당장 급한 게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일세. 노인들이 일을 그만 두면 그 일자리가 모두 청년들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걸 나도 아네. 그래도 노인들이 임금노동을 그만 두면 청년들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걸세. 그래서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면 노인들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거야. 더 이상 노인들이 자기들의 일자리를 늦게까지 차지하고 있다고 미워하지는 않을 테니까.

'저출산 고령화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엄청나게 빠른 우리에게는 지금 여유가 없네. 이미 고령화로 인한 제반 사회문제들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데도 이미 수명이 끝난 옛날이야기만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반복해서 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많아서 좀 엉뚱한 생각을 해봤네. 지금은 황당하고 충격적일지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해야 할 때일세. 과거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더 복잡한 문제들이 점점 우리를 옥죄어 오고 있거든. 예를 들면, 기후변화로 인한 6의 절멸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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