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값이 인상됨에 따라 흰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 식품 전반에 가격 상승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원유 값이 인상됨에 따라 흰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 식품 전반에 가격 상승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서민의 가계경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체감물가를 실감케 하는 우유와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연이어 인상되고 있는 것. 업체들은 원재료 값과 인건비 등 원가 상승을 이유로 들고 있어 생활 식품 전반에 도미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국민 과자의 배신?… “원가 압박 누적 돼”

한번 오른 물가는 내려가지 않는다는 통설이 올해도 여지없이 입증되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자 시즌 불청객인 가격인상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고 있다.

가격인상으로 민심을 술렁이게 한 결정타는 농심에서 나왔다. 농심이 오는 15일부터 스낵류 19개 브랜드의 출고 가격을 평균 6.7%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편의점에서 새우깡이 1,2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당장 내일부터 100원 오른 1,300원에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액면가로 보면 인상된 금액은 100원으로 가계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길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농심의 결정에 소비자들이 들썩이는 건 국민과자라 불리는 새우깡이 가진 상징성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 농심의 결정이 식품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이유도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4월 농심이 신라면, 너구리 등 가격을 평균 5.5% 인상하자, 곧바로 삼양라면이 라면 가격을 5.4% 올리며 뒤따른 바 있다.

이번 인상과 관련해 농심 관계자는 “원가 압박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다만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조정했다”고 말했다.

우유 가격도 오른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지난 8월 흰 우유(1ℓ) 가격을 13.6% 올린 데 이어, 지난달 남양유업이 우유 값을 4.5% 인상했다. 매일유업은 현재 인상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유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서 가격이 오른데 대해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흰 우유 가격이 오르게 된 건 공급과 수요 원리가 아닌 앞서 과자와 마찬가지로 원재료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 지난 8월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원유 가격이 4원(ℓ당) 올라서다. 원유 가격은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매년 낙농진흥회가 결정한다.

◇ 안 팔려도 값 오른 우유… 빵‧커피‧아이스크림 ‘들썩’

업계 관계자는 “흰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 상시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음에도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시장 환경 속에서 원유 가격까지 오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는 다양한 식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만큼, 식품업계에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우유가 함유되는 커피와 빵, 아이스크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아침앤후레쉬우유’를 비롯해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지난 8월 롯데리아는 소프트콘 아이스크림 가격을 500원에서 700원으로 인상했다. 같은 롯데GRS에서 운영하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은 이달 오리지널 도넛 12개 가격(1만2,000원)을 1,000원 인상해 판매하기로 했다.

커피 업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커피전문점 선두 업체인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가 가격 인상을 단행할 지 주목되고 있다. 수년째 가격을 동결 해온 이들 업체들이 우유 가격 인상 부담을 견뎌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운영효율화 작업을 통해 가격 인상 부담을 흡수하고 있다”면서 “가격 인상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 또한 “가격 인상 검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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