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1억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걸린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빗썸
빗썸이 1억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걸린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빗썸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이맘때와 올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둘러싼 기류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광풍’이란 말도 부족할 정도로 거센 관심에 휩싸였지만, 올해는 그 열기가 차갑게 식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규제와 이어진 시세 폭락, 그리고 이어진 지지부진한 시세 흐름이 암호화폐를 향한 관심 및 투자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암호화폐 거래소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아쉽기만 하다. 거래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인데, 거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신규 회원 유입 및 기존 회원들의 방문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 빗썸이 진행 중인 이벤트는 이러한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빗썸은 지난 12일부터 창사 5주년 기념 세 번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빗썸에 로그인만하면 응모가 가능한데, 응모자 중 단 1명을 추첨해 1억원 상당인 15비트코인을 안겨주는 이벤트다. 시세 변동과 무관하게 15비트코인을 지급하기 때문에 실제 가치는 1억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고,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로또’나 다름없는 이벤트를 향한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소위 ‘한탕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을 위해 상금이나 경품을 내걸지만, 1명에게 1억원 상당을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빗썸의 이벤트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빗썸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비이성적인 한탕주의가 암호화폐 시장에 광풍을 몰고 왔을 당시 최대수혜자였다. 시세 폭등과 함께 한탕을 노린 단타거래가 증가하면서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거래소가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빗썸은 물론 대다수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각종 이벤트와 수수료 할인 혜택을 통해 더 많은 거래를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한 암호화폐 투자와 거리가 멀었다. 미래가치를 보는 암호화폐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데, 단타 투자는 이러한 가치 판단이 배제됐고 사행성 성격이 짙었다.

즉, 사행성 성격이 짙은 투자 광풍으로 쏠쏠한 효과를 봤던 빗썸이 또 다시 사행성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투자자와 달리 거래소는 시세가 폭등할 때나 폭락할 때 모두 돈을 번다. 얼마나 많은 거래가 이뤄지느냐가 수익을 가르는 것”이라며 “암호화폐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데, 거래량을 늘리려는 거래소들의 각종 이벤트 및 수수료 할인이 암호화폐의 비정상적 광풍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빗썸이 진행하는 이번 이벤트 취지는 이해하지만, 누군가는 수억원을 벌고 누군가는 손해를 봤던 지난해 상황을 떠오르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빗썸 측은 “지난해에 비해 거래량과 회원 유입, 그리고 사회적 관심 등이 크게 감소한 것이 사실”이라며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고, 거래량 증가를 도모하기 위해 이벤트를 이어오고 있으며 정확한 수치는 확인이 어렵지만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벤트가 사행성을 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나친 규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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