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뉴시스‧AP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국 정상들이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APEC 정상회의가 시작된 1993년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각) “미국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 방향을 두고 대립하면서 회의가 파행됐다”고 밝혔다. 미국이 WTO 체제가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더 친화적인 개혁 방향을 원했다는 내용이다. 한편 CNN은 회의에 참석한 미국 외교관의 발언을 토대로 중국이 “모든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싸운다”는 문장을 문제 삼아 공동성명 채택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 중국을 겨냥한 표현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역정책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입장 차이는 양국 대표의 연설에서도 드러났다. 시진핑 주석은 국제 협력과 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모든 차이점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무역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은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한 “진짜 전쟁이든 냉전이든 무역 전쟁이든, 역사는 대립에는 승자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미국에게 하루빨리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중국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의 무역에서 우위를 점해왔다”며 “중국이 행동을 바꿀 때까진 무역 긴장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펜스 부통령은 “미국은 파트너를 부채의 바다에 빠트리지도, 독립성을 침해하지도 않는다”는 말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비판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파푸아뉴기니에 해군기지를 건설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맞대응에 나섰다. 후아 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각) ‘일대일로’가 협력국가들의 재정 적자를 야기했다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느 국가도 중국과의 협력 때문에 빚더미에 오른 적이 없으며, 반대로 개발 능력과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서로를 손가락질하는 대신 대화로 풀어가자는 것이 우리의 권고”라는 입장도 고수했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양국이 APEC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한 것에 대해 “G20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30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며, 펜스 부통령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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