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완성차업계의 업황 부진으로 부품업계도 매서운 혹한기가 찾아와서다. 성우하이텍도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여기에 재무부담과 예상치 못한 악재까지 겹쳐 이래저래 속앓이를 깊어지는 모양새다.  

◇ 업황 부진에 실적ㆍ주가도 뚝 

성우하이텍은 국내 최대 자동차 차체부품 제조사다. 현대·기아자동차를 주 거래처로 두고 있으며, BMW·폭스바겐·GM 등의 글로벌 회사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1977년 회사의 전신 성우금속공업을 세워 오늘날의 성우하이텍을 일군 이명근 회장은 업계에선 인물로 통한다. 성우하이텍은 국내외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 매출이 3조원이 훌쩍 넘는 중견기업이다. 자동차 자체부품 시장에선 최강자로 통한다. 

하지만 성우하이텍도 업황 부진의 그늘은 비켜가진 못하고 있다. 전방산업인 완성차 시장이 환경규제와 수요 감소, 미·중 무역전쟁, 환율 영향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부품업계도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성우하이텍의 경우, 주 거래처인 현대·기아자동차의 판매 부진이 심화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5% 급감한 60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사정이 더 안 좋다. 최근 3분기 연결기준 성우하이텍의 영업이익은 104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27.3%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은 466억원으로 전년대비 14.7% 늘었지만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성우하이텍은 5억6,100여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에만 142억원의 손실을 낸 것이 이익을 갉아먹었다. 거래처의 판매 부진과 해외 법인들의 손실 확대, 해외투자 성과 지연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가 흐름도 좋을 리 없었다. 코스닥 상장사인 성우하이텍의 주가는 연초 대비 40% 이상 가량 하락한 상태다. 연초 6,100원대 선을 보였던 주가는 최근 3,500원대까지 낮아진 상태다. 

◇ 속 바짝 타는데… 화물연대와 갈등까지  

재무부담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성우하이텍은 최근까지 멕시코, 중국 등에서 신규 공장 투자가 이뤄지면서 재무부담이 가중됐다. 2015년부터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졌는데, 이때부터 재무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성우하이텍의 현재 총 차입금 규모는 1조4,300억원 가량이다. 이 중 내년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이 9,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이 실적 부진과 대외 악재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성우하이텍 홈페이지 갈무리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이 실적 부진과 대외 악재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성우하이텍 홈페이지 갈무리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골치 아픈 분쟁까지 있었다. 화물연대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서 정해진 날 협력사에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울산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경상남도 양산의 성우하이텍 공장 인근 도로를 화물차 수십대로 막고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물류사와 계약 해지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게 된 조합원의 복직을 요구했다. 또 물류업체 단일화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우하이텍은 물류사 3곳과 계약하고 납품 제품을 거래처에 보내고 있다. 이를 운송하는 화물차주는 물류사와 계약을 통해 물량을 배정받고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은 실질적으로 성우하이텍이 물량 배정에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우하이텍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납기 지연에 대한 피해를 감수하기 어려워 이들의 요구 상당 부분을 수용하는 합의를 최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의 실적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명근 회장이 이같은 불황을 늪을 어떻게 헤쳐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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