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기내에서 승무원을 상대로 막말 등 갑질을 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뉴시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기내에서 승무원을 상대로 막말 등 갑질을 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수렁에 빠졌다. 3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해 투자시장의 실망감을 산 가운데 그의 도덕성까지 타격을 받는 사건이 불거져서다. 그는 항공기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 불편한 대화 오갔지만 막말은 없었다? 

셀트리온은 시가총액만 28조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이다. 서정진 회장은 2002년 셀트리온을 창립해 빠르게 성공신화를 일군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올초 재벌 오너들을 제치고 국내 주식 부호 4위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인물인 그 역시 갑질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20일 JTBC는 서 회장의 ‘기내 갑질 의혹’이 담긴 항공사 내부보고서 문건을 입수, 이를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 16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한국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의 1등석에 탑승했다. 그런데 서 회장이 이코노미석에 탄 직원들을 일등석 전용 바(bar)로 부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여객기 사무장은 규정상 이코노미석 승객은 바에 들어올 수 없다고 제지했다. 

이에 분개한 서 회장은 사무장과 승무원들에게 막말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관련 정황은 사무장이 비행을 끝내고 회사에 보고한 문건에 담겨 있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서 회장은 ‘왕복 티켓값이 1,500만원인데 그 만큼의 값어치를 했느냐’ ‘젊고 예쁜 승무원도 없다’ ‘이번 일로 항공사가 연 매출 60억원을 날릴 것이다’ 등의 발언을 하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승무원을 상대로 반말과 비속어을 썼다는 내용도 보고 문건에 담겼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서 회장이 좌석으로 돌아간 뒤에도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서 회장이 라면을 주문하더니 일부러 3차례나 다시 끓이도록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라면 3바퀴를 돌려봐‘라며 위협을 가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논란이 가열되자 셀트리온 측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대화가 오갔지만 폭언이나 막말, 비속어 사용은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 셀트리온 해명에도 싸늘한 여론 

셀트리온은 우선 “탑승 당일 서 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퍼스트클래스 승객 전용 칵테일 라운지로 이동했을 때, 기내 사무장으로부터 ‘규정 위반’ 이라는 제지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사무장의 안내 후, 서 회장은 직원들과 바로 칵테일 라운지에서 퇴장했다”며 “이후 서 회장이 직원들과 칵테일 라운지에서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컴플레인을 받을 만큼의 규정 위반은 아닌 것 같다는 취지의 뜻을 사무장에게 전달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으나, 보도된 승무원 리포트 내용과 다르게 폭언이나 막말, 비속어 사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고의로 라면을 수 차례 주문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셀트리온 측은 “서 회장은 저녁식사 대용으로 라면을 한 차례 주문했으며, 취식 시 덜 익었음을 표현했다. 주변에서 이를 들은 승무원이 먼저 재조리 제공을 제안해 한 차례 다시 라면을 제공받았고 이후 재주문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외모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의혹 역시, 동승했던 직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공사의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사려깊지 못하게 행동한 데 대해선 서 회장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사건이 “서 회장의 투박하고 진솔한 성격에서 비롯된 소통의 차이라고 이해를 부탁드린다”며 “이에 예기치 못한 불편함을 느끼셨거나,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에도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내 갑질 논란은 여론의 매서운 질타를 받아온 사안이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회자되는 ‘땅콩회항’과 ‘라면상무’ 사건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서 회장은 21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돼 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이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했다. 서 회장은 2016년 티에스이엔씨와 티에스이엔엠, 디케이아이상사, 에이디에스글로벌 등 계열사 5개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관련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가운데 티에스이엔씨와 티에스이엔엠 등은 서 회장의 친인척 회사로 ‘일감몰아주기’ 논란까지 산 바 있다. 

이같은 오너 리스크 때문일까. 코스피 상장사인 셀트리온은 이날 약세를 보이다 전 거래일 대비 1.1% 하락한 2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에선 실적 부진에 이어 오너리스크 악재까지 부각되자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은 3분기 어닝쇼크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5% 줄어든 736억원을 기록, 시장 컨센서스를 48.0% 하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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