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의 20일(현지시각) 주가알림판. 이날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은 대부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시스‧AP
뉴욕증권거래소의 20일(현지시각) 주가알림판. 이날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은 대부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 기술주를 대표하는 5개 기업인 페이스북과 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알파벳)이 20일(현지시각)자로 모두 하락장에 접어들었다는 통지서를 받아들었다.

월스트리트가 정의하는 ‘하락장’의 요건은 최근 두 달 동안 고점 대비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주식들이다. 머리글자를 따 ‘FAANG’이라고 불리는 이 다섯 기업이 지난 1년간 잃은 시가총액은 총 1조200억달러. 이 중 11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손실만 3,000억달러 규모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CCN은 20일(현지시각) 이 대기업들에게 “폭락하는 건 비트코인뿐만이 아니다”라는 조롱을 보내기도 했다.

◇ 미국 5대 기술기업, 주가하락률 20~40%에 달해

페이스북은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39.5% 떨어지며 가장 드라마틱한 추락을 경험했다. 넷플릭스가 35.6%로 뒤를 이었으며 한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했던 아마존과 애플도 각각 25.4%와 20.5%의 주가하락률을 기록했다(알파벳 20.3%). 기업규모가 큰 페이스북·아마존·애플이 지난 1년간 입은 손실은 각각 2,500억달러를 넘어선다.

16일(현지시각) 2만5,413.22로 장을 마감했던 다우존스종합주가지수는 19일 2만5,014.44로 500p 가까이 급락했다. 연초 뉴욕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다.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20일(현지시각) 전일 대비 9.2% 떨어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 8월 8,100선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던 나스닥 주가지수는 석 달 만에 작년 말 수준까지 퇴화했다.

주요 기술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주가폭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뽑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현지시각) 애플이 아이폰 수요 악화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다음날 애플의 주가는 4.78% 떨어졌다. 애플에 아이폰 부품을 공급하는 ‘루멘텀’의 실적 전망이 악화되면서 나스닥이 4.41% 하락했던 지난 12일(현지시각)과 같은 모습이다.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낀 반면 한 번 떨어졌던 신뢰도는 다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사상 최악의 정보유출사태를 겪었던 페이스북은 경영진의 내분이라는 또 다른 사태에 직면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8일(현지시각) 페이스북 고객의 개인정보가 영국 데이터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로 유출됐던 것을 두고 마크 저커버그 CEO가 셰릴 샌드버그 COO를 수차례 질책했으며, 샌드버그 COO는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알파벳·아마존·넷플릭스는 반등 가능… 페이스북은 전망 어둡다

미국 투자전문지 ‘인베스터플레이스’는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각) 투자자들에게 알파벳 주식을 구입할 것을 권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나스닥이 10월 3일(현지시각)과 16일 두 차례 급락을 겪은 후에 나온 발표였다. 인베스터플레이스가 제시한 근거는 크게 세 가지, ▲알파벳의 핵심인 구글과 유튜브가 건재하고 ▲내년 매출증가율이 20.5%로 양호하게 예상되며 ▲비디오 스트리밍과 자율자동차 분야에서 경쟁 기술기업들에게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투자전문지인 ‘인베스토피디아’의 경우 알파벳의 주가 하한선을 966.02달러로 계산하고 있는데, 알파벳의 현재 주가가 1,030.45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여유가 있는 셈이다.

아마존과 넷플릭스 역시 마찬가지다. 인베스터플레이스는 아마존 주가가 80달러 이상 떨어진 20일(현지시각)에도 “언젠가 기술주가 반등한다면 아마존이 맨 앞에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고수했다. 아마존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인 위치가 근거였다. 5개 기술기업 중 주가 대비 하락폭이 가장 컸던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의 질만 유지할 수 있다면 주가는 반등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애플에 대해선 비관론이 조금 더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20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의 주가전망을 기존 209달러에서 182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로드 홀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수요 둔화와 ▲달러화의 강세, 그리고 ▲애플이 최신 스마트폰에 높은 가격을 매김으로서 유지해 오던 프리미엄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페이스북은 가장 사태가 심각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아직 다 수습되지 못했고, 트위터·링크드인 등 경쟁자들의 추격도 거세다. 인베스팅데일리는 12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페이스북 주식을 버릴 준비를 하라”는 조언을 실었다. 현재 페이스북의 주가는 당시보다도 7%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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