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평소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는 이 대표의 특성상 이 지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석상에서 이 지사에 대해 함구해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 간담회에서는 이 지사 의혹에 대한 당 대표의 공식입장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답변은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당의 공식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대표는 “뉴스가 처음 나왔을 때 대변인이 살펴봐서 구체적으로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 언론 보도도 사실인 게 있고 아닌 게 있고 (사실여부를) 모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검찰 송치 후 공소과정, 재판과정을 봐야지 현재로선 정무적인 판단을 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같은 맥락의 질문이 계속되자 “제가 답변드릴 일이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해서도 안 되고, 해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당이 곧바로 출당조치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당의 대처가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 전 지사는 잘못된 처세에 대해 본인이 시인했고 사과해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며 “김경수 경남도지사나 이 지사는 본인들이 다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 신중히 접근할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재판과정에서 사안이 확인돼야 당에서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거나 확실한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민주당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이 지사를 징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내부 ‘곤혹’… ‘친문’ 지지층선 출당 요구

민주당 원내대변인인 강병원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 관련 질문에 대해 “참 곤란한 질문”이라며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좌우명으로 삼는 말 중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자신과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의 한자성어)라는 말이 있을 텐데, ‘치국평천하’를 하고자 하시는 분 아닌가. 그렇다면 ‘수신제가’란 말이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는 보다 강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민희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에 쓰인 내용들이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모욕하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순수한 우리 지지자들께서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질 길이 없다”며 “본인이 아니라고 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정무적인 판단을 할 때에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은 굉장히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팬카페인 ‘문팬’은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는 집단이다. 이들은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성명서를 내고 “(이 지사는)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을 스스로 탈당하라”며 “(민주당은) 이 지사가 스스로 탈당하지 않을 시 제명조치해 당을 바로 세우라. 사법 결과와 상관없이 신속히 출당시키라“고 압박했다.

이 지사는 24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배우 김부선 씨와 관련된 스캔들 등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 지사가 경찰 수사 결과를 부인하며 “경찰이 권력을 선택했다”고 대통령과 가까운 친문 진영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더욱 곤혹스러워진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