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2일 알뜰폰을 만났다. 이날 정부는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도매제공의무제도’를 개선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22일 알뜰폰을 만났다. 이날 정부는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도매제공의무제도’를 개선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정부가 알뜰폰을 만났다. 사업자와 만나 사업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서다. 이날 정부는 알뜰폰을 돌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 알뜰폰의 요구는 ‘도매 제공 제도’의 개선이다. 통신사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현행 도매대가 제도의 문제점 보완에 나설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알뜰폰 만난 정부 “노력하겠다”… 구체적 방식은 미정

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9개 업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민원기 제2차관 주재로 마련된 자리다. 이날 알뜰폰은 과기정통부에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알뜰폰이 강조한 것은 △신규요금제 도매 제공 △제도 개선 등이다. 알뜰폰 측은 “사업자들의 노력과 정부대책에 힘입어 작년 대비 5.4% 증가했다”면서도 “최근 통신3사의 신규요금제 출시 등으로 기존 가입자가 이탈하고 있다. 신규요금제 도매 제공,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알뜰폰 가입자 이탈 현상은 심화되는 분위기다. 올해와 지난해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지난 10월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한 반면 알뜰폰 이탈자는 21.4% 증가했다. 알뜰폰 가입자가 통신3사를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민원기 차관은 “알뜰폰은 통신정책의 중요한 한 축”이라며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고 경쟁을 불어넣어 왔지만 현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미정이다. 
 
◇ 꼼수 부리는 통신사… 규제 보완 필요한 이유

문제는 통신3사의 태도다. 비협조적인 태도로 알뜰폰을 대하고 있어서다. 통신사는 올 들어 출시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등의 신규요금제를 수익배분 도매대가(RS) 방식으로 도매 제공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는 RS방식의 신규요금제 승인을 일방적으로 미루고 있다. RS방식이란, 통신사 요금제를 그대로 가져와서 재판매하는 것으로, 수익의 일정 비율만 통신사에 도매대가로 지불하면 된다. 사용량만큼 대가를 납부하는 종량제 도매대가(RM)와는 차이가 있다. RM 방식은 1MB(메가바이트)당 3.65원으로 책정되며, 저가요금제에 주로 적용된다. 

RM 방식은 고가 요금제에 적용할 수 없다. 과도하게 높은 금액이 책정되는 탓이다. 예를 들어, 통신3사의 100GB 데이터 요금제를 알뜰폰 업체가 RM 방식으로 가져온다면 도매대가만 37만3,760원이 된다. 여기에 알뜰폰 수익까지 고려한다면 최소 50만원 이상의 요금제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RS 방식을 요구하는 이유다. 
 
그러나 통신사는 새로 출시한 고가요금제를 RS 방식으로 알뜰폰에 판매하지 않고 있다. 사업 경쟁력 약화가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이에 알뜰폰은 ‘5G’ 도입을 앞둔 시점에도 여전히 MB(메가바이트)용 저가 요금제를 주력 상품으로 내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알뜰폰 업계에서 판매하는 주요 요금제로는 △100MB △250MB △500MB 등이 존재한다. 100GB 이상의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 통신3사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규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도매제공의무제도’로는 통신사업자의 도매 제공 방식을 강제할 수 없다. 현행 제도를 통해 통신사에 도매 제공에 대한 의무는 부과하고 있으나 구체적은 제공 방식은 정하지 않은 탓이다. 결국, 통신사는 알뜰폰에 도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지만 RS 방식은 거부할 수 있다. 통신사가 제도의 허점을 꼼수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이마저도 SK텔레콤에 한한다. 도매제공의무사업은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 한해서만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어떠한 의무도 없다. 알뜰폰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알뜰폰에 대한 ‘자생’ 요구가 무리하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통신사들이 신규요금제를 RS 방식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다.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모든 요금제에 대한 도매제공 의무화가 필수적이다. 현행 제도로는 알뜰폰이 살아날 수 없다. 알뜰폰은 망 도매를 전제로 만들어진 시장이다. 그런데, 통신사가 망 도매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상생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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