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시위대가 국가명칭을 '차이니즈 타이베이'에서 '타이완'으로 바꾸자는 내용의 깃발을 손에 들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 원 명칭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AP
대만 시위대가 국가명칭을 '차이니즈 타이베이'에서 '타이완'으로 바꾸자는 내용의 깃발을 손에 들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 원 명칭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대만 국민들이 ‘차이니즈 타이베이’라는 국명을 유지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동성결혼 합법화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대만은 24일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열고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물었다. 모두 10개에 달하는 대국민질문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원자력·화력발전 등 에너지정책과 동성결혼 합법화를 비롯한 LGBT 인권, 그리고 공식 국가 명칭에서 중국의 흔적을 지우는 문제가 그것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기존 명칭인 ‘차이니즈 타이베이’ 대신 ‘타이완’을 사용하자는 의견은 부결됐다. CNN은 25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중국과의 오랜 긴장관계에 지친 대만 국민들이 정부의 독립정책에 대한 지지를 잃었다”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집권여당인 민진당(DPP)과 차이잉원 총리가 대만 독립정책을 펴자 중국은 대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를 제한했으며, 전투기를 국경지역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경우 대만이 국가명칭 변경을 강행할 경우 올림픽 참가가 거부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CNN은 이번 투표결과를 ‘미국의 후퇴’라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국무원의 타이완사무판공실은 25일 국민투표 결과가 “평화적인 관계 발전의 혜택을 공유하고자 하는 대만 민중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완전 중단하겠다는 탈원전 정책은 찬성표가 41%에 그쳐 폐지 위기에 놓였다. 포브스는 여론조사에서 태양광·풍력 에너지가 안정적이지 않고 값이 비싸다는 의견이 71%에 달했던 것, 그리고 친원전 활동가들이 작년 8월 15일에 일어났던 대만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지속적으로 환기시킨 것이 주요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일본 후쿠시마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것과 화력발전 비중을 매년 1%p씩 낮춘다는 기존 정책은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 그대로 추진된다.

동성 간의 결혼을 합법화하고 자녀 양육권과 보험 혜택을 인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았다. 타임지는 기독교 그룹과 전통을 중시하는 풍조가 깊은 중국인 가구들의 반대가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7년 5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 결정을 내렸다. 대만의 국민투표는 법적인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당초 예정된 입법 마감기한(2019년 5월) 전에 입법부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가능성도 아직 있다. 다만 타임지는 “선거 결과에 당황한 국회의원들이 2020년 선거를 의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진당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주요 정책들이 잇따라 거부됐으며,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해 차이잉원 총리가 사퇴하는 등 정치 기반이 크게 약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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