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의 정동영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와 추헤선 원내수석부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의 정동영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와 추헤선 원내수석부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국회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배분하는 방식을 통해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해 이에 대한 논의도 출발선에 올랐다.

늘어나는 의원은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가 될 예정이다. 정당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수를 얻지 못한 정당에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실 공천'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비례대표 명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공천 절차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6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지 않고서는 현행 선거제도의 불비례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며 "'민심 그대로'가 반영되는 선거제도, 비례성과 대표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민심을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한 결단을 내릴 시점이 다가왔다"라며 여야 5당 대표 영수회담을 촉구했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30년 만에 찾아온 국회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의원정수 확대 규모로는 360석이나 380석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360석은 현행보다 20% 늘어난 수치고, 380석은 지역구 의석(253석)과 비례대표(127) 비율을 2대 1로 조정했을 때의 의석규모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연동형비례대표제 적정의원 수는?' 세미나 발제문을 통해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데,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선거제도 개혁은 현실의 문제이다. 정치세력간에 타협이 가능하고, 주권자인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수 확대 규모가 20%(60석)인 것은 과거 1993년 뉴질랜드가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서 99명에서 120명으로 늘린 바 있어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부연했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상당한 만큼 세비 총예산을 동결하고, 의원들의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제대로 일하는, '밥값 잘하는 사람을 늘리자'는 것이다.

하 대표는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총 의석을 360명으로 고정하고, 스코틀랜드식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할 경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126석, 더불어민주당 110석, 국민의당 93석, 정의당 20석, 무소속 11석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은 각각 새누리당 36.01%-35%, 민주당 27.46%-30.56%, 국민의당 28.75%-25.83%, 정의당 7.78%-5.56%가 된다.

이는 실제 20대 총선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비율보다는 개선된 수치다. 당시 정당득표는 새누리당 40.47%, 민주당 35.26%, 국민의당 23.3%, 정의당 7.2%였으나 선거 직후 국회에 반영된 의석수는 새누리당 122석(40.6%), 민주당 123석(41%), 국민의당 38석(12.6%), 정의당 6석(2%)이었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연구원 토론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정 의원 수는?’에서 정치개혁 공동해동 하승수 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연구원 토론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정 의원 수는?’에서 정치개혁 공동해동 하승수 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비례대표를 늘려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자는 주장에는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이론은 거의 없다. 다만 '밀실 공천'으로 인한 '계파정치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는 비례대표 공천 과정 개선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하 대표의 발제문에서 "밀실 공천이 문제가 된 비례대표 공천 문제도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며 "지금은 정당의 내부공천에 대해 법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민주적 공천을 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된다. 독일은 선거법에서 민주적 공천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그간 우리나라 정당은 선거 직전에 이른바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를 만들어 지원자를 심사하고 후보자를 결정했다. 공정성을 기한다는 명분으로 외부에서도 심사위원을 데려오지만, 당대표나 지도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비례대표의 취지가 훼손되고, 돈을 내고 산다는 '전(錢)국구' 의원이라는 비아냥과 계파정치에 악용된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최근 그 폐단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는 20대 총선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 중심의 공심위가 이른바 '비박학살'을 감행했고, 민주당에서는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김종인 대표가 비례 2번을 받아 '셀프 공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공심위의 허구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고 의원정수를 늘릴 경우 표의 등가성은 확보할 수 있을지언정, '밥값 잘하는 사람을 늘리자'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조성복 독일정치연구소장은 자신의 저서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에서 "공심위는 당대표나 일부 권력자의 공천권 행사를 정당화해주는 수단일 뿐"이라며 "특히 비례대표 후보의 선정은 훨씬 더 자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공심위가 독자적이고 자율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했다고 가정해도, 공직후보 선출은 정당이 가진 중요한 의사결정의 하나인데 정당과 무관한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은 정당활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당 지도부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당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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