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장에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장에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26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이 발표되자 소상공인 단체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소상공인들이 대기업보다 최대 3배 이상 카드수수료를 내야 하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안 당정협의에 정책 요구서를 전달하려다 저지를 당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들은 이후 논평을 내고 “지난 23일 영세중소상인들과 ‘매출액 구간별 차등수수료제’를 근간으로 합의문을 채택했지만 사흘 만에 발표된 개편안 내용은 반민주적 횡포였다”고 비판,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정부 방침 환영, 가맹본부도 상생안 마련해야”

금융위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르면 연 매출 5억∼10억원 구간 가맹점의 평균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05%에서 1.4%로 0.65%p로,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1.56%에서 1.1%로 0.46%p로 낮춘다.

또 매출액 10억~30억원 미만인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2.21%에서 1.6%로 내리고, 대형 가맹점을 제외한 매출액 500억원 이하 일반 가맹점에 대해선 기존 2.2%에서 평균 2% 이내가 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매출액 5억원 이하 가맹점은 그간 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이 집중됐고, 부가가치세 공제 혜택 등에 따라 실질 부담이 낮은 만큼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당정은 내년부터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매출액 30억원 이하 250만개 가맹점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체 가맹점 269만개의 93%에 해당된다. 특히 매출액 5억~30억원인 약 24만개의 차상위 자영업자는 약 5,200억원 규모(가맹점 당 약 214만원)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정은 또 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별도로, 현재 500만원이 상한선인 부가가치세 세액공제한도를 1,000만원으로, 현재보다 2배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매출 3억8,000만원∼10억원 규모 가맹점은 가맹점당 연간 최대 500만원의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가뭄에 단비가 내린 것처럼 기쁜 소식이다. 실제 많은 효과들이 나타날 것 같다”면서 “하지만 카드 수수료가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 안에 서울페이 같은 제도를 안착시켜 영세사업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반발에 대해선 “카드업계 종사자들의 월급을 줄여서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이 아니다. 매년 막대한 마케팅 비용만 줄여도 가능한 것”이라며 “그러나 카드사들이 매번 수수료 인하 협상 때마다 직원들의 생사를 쥐락펴락하듯 나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직원들도 영세사업자들도 모두 살아야 하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도 성명을 통해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 안을 환영한다”면서도 “카드수수료 인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전편협은 “정부의 최저임금 분담에 대한 노력에 가맹 본부도 상생의 노력을 요구한다”며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과 동업 관계이면서도 내년도 최저임금 분담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카드업계 초비상, “반민주적 개편안 철회하라”

반면 카드업계는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카드수수료 정책 공동요구 합의문을 전달하려가 국회 관계자들에게 저지당하는 일을 겪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정책 공동요구 합의문을 전달하려다 국회 관계자들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정책 공동요구 합의문을 전달하려다 국회 관계자들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은 26일 성명을 발표하고, 카드 수수료 개편안 철회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은 26일 성명을 발표하고, 카드 수수료 개편안 철회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지난 23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투쟁본부’와 전국 영세·중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는 ‘매출액 구간별 차등수수료제’를 근간으로 하는 합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및 하한선 법제화를 통한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구간 확대 및 세액공제한도 증액 ▲추후 카드수수료율 결정 시 이해당사자들의 직접 참여 ▲상기 요구사항 제도화 위한 관련 법안 발의 및 시행령 개정 등이다. 그러나 당정이 발표한 개편안은 해당 합의문의 골자가 모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은 불공정 수수료율 개편의 핵심인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문제가 아예 배제됐다”면서 “개편안에 따를 경우 카드사는 약 1조4,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전년도 8개 전업카드사의 전체 순이익이 1조2,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앉으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마케팅비용을 줄이라고 하지만 이는 국민의 혜택을 줄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발상이 되레 소비시장을 위축시켜 가맹점의 매출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며 “원칙 없는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 시도에 맞서 우리는 결코 좌시할 수 없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서 양 투쟁본부가 채택한 합의문을 수용할 것과 개편안에 대형가맹점 문제가 배제된 이유 해명,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카드수수료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으로 마련한 산정원칙에 따라 3년마다 적정원가를 재산정해 조정한다. 이번에 마련될 새로운 카드수수료 체계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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