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내년 1월부터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혀 재계가 들썩이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깜짝 선언했다. 그룹 회장으로 올라선 지 23년만의 일이다. 이 회장은 창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 도전한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회장이 내년 1월 1일부터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28일 밝혔다.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내려오는 셈이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임직원 행사에서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깜짝 선언을 했다. 이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임직원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이 사실을 공식화하고, 사퇴 결심 배경을 전했다.

이 회장은 서한에서 오래 전부터 사퇴를 결심해왔다는 점부터 설명했다. 이 회장은 “1996년 1월 나이 마흔에 회장 자리에 올랐을 때 딱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었다”며 “나이 60이 되면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고 작정했고, 이런 저런 이유로 3년이 더 흘렀다.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나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불가실(時不可失·한번 지난 때는 두번 다시 오지 않는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해, 뜻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떠날 때를 놓치고 싶지 않듯이, 임직원들도 변화할 때임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경영환경이 변하고 있다”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며, 이에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이같은 회사의 변화를 위해 자신의 떠날 때임을 깨달았다는 점도 알렸다.

그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이제 그 특권과 책임감을 내려놓고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 조직 혁신ㆍ4세 경영, 급물살 타나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손자이자 이동찬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 회장은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한 뒤 1996년부터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활약했다. 코오롱은 이 회장 사퇴 후, 후임 회장 없이 내년부터 지주회사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앞으로 코오롱그룹의 주요 경영 현안 결정은 계열사 사장단 협의체 성격인 ‘원앤온리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이 회장의 깜짝 사퇴는 재계에도 들썩이고 있다. 1956년생인 이 회장은 올해 만 62세로, 한창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갈 나이다. 재계에선 깜짝 사퇴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총수 사퇴라는 초강수 카드로 조직 쇄신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오롱그룹은 이날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우선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해 지주사를 이끌게 했다. 유 대표는 앞으로 원앤온리위원회 위원장도 맡게 된다.

또 코오롱오토모티브 대표이사에는 신진욱 코오롱오토모티브 본부장이,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에는 윤영민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가 각각 선임됐다. 여기에 여성임원 4명의 승진도 함께 이뤄졌다.

이 회장의 사퇴로 4세 경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발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이 상무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오다 상무 승진, 1년만에 전무에 올랐다. 이 상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돼 앞으로 그룹의 패션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게 됐다. 이번 인사로 그의 경영 보폭과 입지는 더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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