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산업의 사외이사는 재직기간 및 주요경력 모두 독립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부산산업의 사외이사는 재직기간 및 주요경력 모두 독립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급변하는 남북관계 속에 주가가 크게 오르며 주목을 받은 부산산업. 하지만 사외이사 운영 실태는 구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을 거점으로 반세기 넘는 역사를 쌓아온 레미콘 업체 부산산업의 주가는 올해 2만9,500원으로 시작했다. 현재 주가는 이보다 6배 이상 높은 18만원대에 형성돼있다. 주가가 정점을 찍은 지난 5월 30일에는 25만원 고지를 점령하기도 했다. 연초에 비해 8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부산산업의 이 같은 주가 고공행진은 북한발 호재에 따른 것이었다.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이어진 가운데, 대표적인 ‘대북테마주’로 꼽히며 주가가 치솟은 것이다. 부산산업과 계열사는 도로 및 철도 부문 교류확대에 따라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를 맞아 놀라운 주가 상승을 기록하며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부산산업이지만, 그러한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사외이사 운영 실태는 구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부산산업은 2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이들의 평균 사외이사 재직기간은 18년에 달한다. 한기배 사외이사가 1998년부터, 김남신 사외이사는 2002년부터 사외이사를 맡아오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장수 사외이사’에 해당한다. 최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감시가 핵심역할인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유착관계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이에 국민연금도 사외이사의 10년 이상 재직에 반대하는 의결권 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매년 주요 기업들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발표하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역시 사외이사가 3년 임기를 2번 이상(총 9년) 연임하는 것을 반대한다.

문제는 재직기간 만이 아니다. 김영일 부산산업 회장과의 각별한 관계도 포착된다.

두 사외이사는 모두 성신양회 출신이다. 한기배 사외이사는 성신양회 이사, 김남신 사외이사는 성신양회 총부부장을 주요경력으로 밝히고 있다. 성신양회는 김영일 회장의 친인척 회사다. 김영준 성신양회 회장과 김영일 회장은 사촌지간이다. 친인척 회사에서 요직을 거친 ‘원로’를 오랜 기간 사외이사로 두고 있는 셈이다.

사외이사와 함께 최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을 해야 할 감사도 독립성에 물음표가 붙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산업의 김천수 감사는 부산산업에서 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해 3월 감사에 선임됐다.

이와 관련 부산산업 관계자는 “성신양회와 부산산업은 최대주주가 친인척일 뿐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사외이사는 규정상은 물론,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선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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