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위원후보자(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 인사청문회에서 홍남기 후보자가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뉴시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위원후보자(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 인사청문회에서 홍남기 후보자가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정구조도 재편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은 유지하되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와 같은 일부 정책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4일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갖고 인사검증에 나섰다. 홍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의 경우 내년부터 시장수용성, 지불여력, 경제파급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도록 하고 당장 내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인상된 8,350원으로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구조부터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정책 수단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춰지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정부 정책에 의해 좌우된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홍 후보자는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10.9% 인상돼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내년 10.9% 인상은 법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 최저임금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인상)할 것인지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 내부에 구간설정위원회와 최저임금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된 바 있는데 의미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최저임금(인상)과 주52시간 근무 등의 정책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돼서)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정 보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득주도성장론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자는 기재위 소속 의원들의 질의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향은 맞지만, 일부 시장의 기대와 좀 달랐던 부분이 있는 만큼 수정·보완하겠다”며 “소득불평등, 양극화, 우리사회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긴 것이 근본적인 문제인데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이 지향하는 점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소득주도성장 희망고문” 설전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홍 후보자가 정책 수정 의지를 밝히자 진보정당인 정의당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란 기조는 걸개 수준으로 남기고 이미 내용은 말머리를 돌렸다”며 “소득주도성장에서 무엇이 잘못된 정책이냐고 질문했을 때 주 52시간과 최저임금 인상을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 게 딱 그 두 가지 밖에 없는데 유일하게 한 그 두 가지가 잘못되면 다 잘못된 것이다. 실패를 인정하라. 공약이 유지된다는 희망고문을 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심 의원은 그러면서 “주 40시간에 12시간 잔업을 허용하는 법이 2003년에 통과됐는데, 정부 지침에 따라 이를 무력화한 지 15년이 됐다. 15년 동안 무력화했다가 올해 정상화했는데 이것도 급격하게 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겠다는 등 속도조절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의 잘못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노사정 합의를 시행도 안 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파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늘리려고 하는 것은 필요 업종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 건강권, 손실되는 임금에 대한 보전방안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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