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정책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들이 개선문 앞에서 오토바이를 불태우고 있다. /뉴시스‧AP
마크롱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정책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들이 개선문 앞에서 오토바이를 불태우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환경 보호를 위해 기름 값을 올리려던 당초 계획을 잠시 중단했다. 프랑스 국민들의 과격한 반대 시위로 총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4일(현지시각) 대국민담화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일부 에너지 제품에 대한 탄소세를 인상하려던 계획을 6개월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스‧전기요금도 내년 5월까지 동결된다.

유류세 인상은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던 친환경정책 중 하나였다. 디젤‧가솔린 등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연료들의 가격을 높여 전기자동차의 선호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안 그래도 ‘부자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던 상황에서 서민 생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름 값까지 올리자 프랑스 국민들은 과격 시위로 저항했다. CNN에 따르면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은 시위대의 수는 한 때 11만명을 넘었으며, 프랑스 정부는 경찰 6만5,000명을 동원해 이들을 저지했다.

현지 언론사 ‘파리 매치’가 4일(현지시각)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란 조끼’의 시위는 프랑스 국민 대화 주제의 88%를 차지했으며, 시위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72%에 달했다. 반면 취임 당시(2017년 5월) 66%였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23%로 떨어졌다. 결국 필리프 총리는 “어떤 세금도 국가의 통합을 위기에 빠트릴 만한 가치는 없다”는 말로 국민의 반대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신들은 필리프 총리의 발표를 프랑스 친환경정책의 후퇴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4일(현지시각) “프랑스의 최근 경험들은 기후변화를 막는 일의 장점은 멀리, 그 비용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단평했다. 그동안 경제학계에서는 온실가스를 생산하는 산업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이번 사태로 ‘환경세’가 막대한 정치적 부담을 동반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뜻이다. 가디언 역시 “세계 각국의 환경론자들에게 뼈아픈 교훈을 줬다”고 ‘노란 조끼’ 사태를 해석했다.

지난 2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개회한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도 프랑스 사태로 의미가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 총회의 근거인 2015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주체이자 유럽에서 친환경정책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던 지도자인 마크롱 대통령의 후퇴는 구체적인 친환경 로드맵을 계획하려는 참가국들을 더 곤란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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