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의 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8일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성공퍼즐세션에서 퇴진 인사를 밝힌 이웅열 회장의 모습./코오롱그룹
검찰이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의 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8일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성공퍼즐세션에서 퇴진 인사를 밝힌 이웅열 회장의 모습./코오롱그룹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검찰이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상속세 탈세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깜짝 사퇴를 선언한 뒤 일주일여 만에 수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팎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겠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던 이 회장의 앞길에도 찬물이 끼얹어진 모양새다.  

◇ 사퇴 선언 일주일만에 하필… 검찰, 탈세 고발건 수사 착수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국세청이 이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최근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지난 2016년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이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조사4국’을 투입,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인 끝에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당시 세무조사에서 국세청은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이 회장 등 자녀들이 상속세를 적정하게 냈는지를 확인했다. 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고강도 특수섬유 ‘아라미드’ 관련 미국 화학기업 듀폰과의 특허소송 관련 비용 처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계열사 지분 재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처분손실의 손금산입 등도 조사 대상이었다. 

국세청은 상속세 납부와 자회사의 회계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또 코오롱 인더스트리에 약 742억9,000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코오롱 측은 이에 불복,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지난 4월 추징금을 125억6,000만원으로 줄였다. 조세심판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계열사 지분 재매각에 따른 처분손실의 손금산입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 것으로 알려진다. 

◇ “도전혁신” 퇴진 선언, 공허한 외침되나

그런데 이 고발 건에 대해 검찰이 2년만에 수사 칼날을 빼든 것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사퇴 선언을 한지 얼마 안 돼 알려져 뒷말을 낳고 있는 모습이다. 이 회장의 깜짝 퇴진 배경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내년 1월 1일부로 그룹 회장직을 비롯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 이 회장의 퇴진 선언은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이뤄져 그 배경이 이목이 쏠린 바 있다. 이 회장은 조직 혁신과 창업 도전을 이유로 설명했지만 재계 안팎에선 어리둥절해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에 총수가 특별한 이슈 없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일이 흔치 않아서다. 일각에선 말 못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이런 때 검찰 수사 소식이 알려졌으니,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검찰 수사 배경을 정치적인 이슈에서 찾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코오롱그룹의 경우, MB정부 시절, 정권유착 의혹을 샀던 곳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 수사를 두고 ‘올 것이 온 것이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코오롱 측은 이같은 추측성 해석을 경계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번 검찰 수사는 2년 전 국세청이 고발한 건에 대한 수사일 뿐”이라며 “이번 검찰 수사와 이 회장의 퇴진은 무관한 일이다. 이 회장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퇴임을 임원인사 시즌에 맞춰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검찰 수사로 이 회장의 ‘아름다운 퇴장’에는 찬물이 뿌려진 모양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사내행사에서 청바지와 검은 터틀넥 차림을 한 채 예고없이 단상에 올라 임직원들 앞에서 깜짝 사퇴 선언했다. 그의 옷차림은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상징했다.  

이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이제 그 특권과 책임감을 내려놓고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회사의 변화와 도약을 위해 자신이 떠날 때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 뒤 임직원들에게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다부진 선언에 생채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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