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월 무역수지는 10년 만에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대두를 비롯한 농산물의 대 중국 수출이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뉴시스‧AP
미국의 10월 무역수지는 10년 만에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대두를 비롯한 농산물의 대 중국 수출이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꿈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미국 상무부는 6일(현지시각) 10월 무역수지 자료를 발표했다.

상무부가 밝힌 미국의 10월 무역적자 규모는 555억달러. 전월 대비 1.7% 많으며, 5달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또한 1개월 기준으로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적자 규모이기도 하다. 1~10월 누적 무역적자 역시 전년 동기간보다 11.4% 많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정부 정책에서 찾고 있다.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의 수석경제학자 이안 셰퍼슨은 6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무역 파트너와의 분쟁, 그리고 감세정책으로 두꺼워진 소비자들의 지갑이 무역적자가 늘어난 원인이다”고 진단했다. 관세와 감세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우고 있는 정책들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이유가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결과다. 특히 ‘메인 타깃’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늘어난 것이 뼈아프다. 올해 10월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 규모는 전년 동월(431억달러) 대비 7.1% 증가했으며,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탈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의 대 중국 수출은 지난 12개월 간 30% 감소했다.

현재까지는 미국의 관세정책보다 중국의 ‘맞관세 정책’이 더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이 미국의 관세계획에 반발해 미국산 농산물에 25%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2016년에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벌어들인 총수입의 11%를 차지했던 대두 산업이 몰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부터 7주일간 중국으로 수출된 미국산 대두 규모는 모두 740만 부셀로 전년 동기간에 비해 97% 줄어들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현지시각)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은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해왔다”며 무역적자는 관세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의견을 밝혔다.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미국인들이 소매품목 수입에 사용한 비용은 역대 최고 수준이며, 이는 미국의 10월 수입액이 전년 동월 대비 0.2%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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