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일부 지역이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마사회가 화상경마장 추가 모집에 나선 가운데, 유치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갈등이 불거진 지역은 경기도 양평과 강원도 양양, 충남 금산 등이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다. 과거 다른 지역에서 불거졌던 화상경마장 갈등과 지역만 다를 뿐 양상은 같다. 찬성하는 쪽에선 지역발전과 경제효과를 말한다. 낙후된 지역에 사람이 몰려들게 만들고, 또 마사회가 화상경마장과 함께 제공하는 각종 편의·복지시설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선 사행성과 주거·교육환경 침해를 지적한다.

화상경마장에 대한 차가운 여론을 너무나도 잘 아는 마사회는 크게 나서지 않는다. 대신 각종 ‘당근’을 제시하며 지역사회에 찬성여론이 형성되도록 한다. 각종 문화·편의시설이나 공원·레저시설을 함께 운영하겠다는 식이다.

이 같은 갈등 양상의 표면을 한 꺼풀 벗겨보자. 그러면 마사회가 왜 이토록 꾸준히 화상경마장 확충에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

화상경마장을 찬성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지역발전 및 경제효과는 무엇에서 비롯될까. 바로 화상경마장이 지니고 있는 사행성이다. 그 사행성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마사회로 하여금 지역사회에 여러 공헌을 하게 한다. 왜? 화상경마장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어느 개발이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다. 공장의 경우 일자리 등 경제효과를 가져오지만,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동반한다. 대규모 쇼핑센터도 지역 소상공인들에겐 큰 타격을 준다.

그런데 화상경마장이 동반하는 어두운 면은 조금 다른 차원이다. 지역주민들을 사행성에 노출시키고, 누군가를 파멸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다. 누군가는 돈을 잃고 누군가는 돈을 따겠지만, 결과적으로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은 마사회다.

화상경마장이 바람직한 말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것 또한 결코 아니다. 경마장과 화상경마장을 찾는 이들 중 순수하게 말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보단 돈을 잃거나 따는데서 오는 쾌감, 즉 사행성에 물드는 이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마사회가 정말 말 문화 확산만을 바란다면 그냥 승마공원과 레저시설만 지으면 된다.

마사회는 2017년 7조8,01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 중 70%인 5조5,236억원의 매출이 30개 화상경마장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매출은 사행성을 쫓아 화상경마장을 찾은 이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말 문화 확산, 지역발전 및 경제효과, 사회공헌 등의 당근들은 모두 화상경마장을 합리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행성에 기댄 마사회 매출 증진. 이것이 화상경마장의 본질이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취임 이후 그동안의 ‘이익 중심’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공익성과 공공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디 그 말을 지키는 마사회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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