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새만금이란 말을 들어본 적도 있고 가본 적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왠지 낯설기만 하다. 왜 그럴까?

새만금이란 김제·만경 방조제를 더 크게, 더 새롭게 확장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예부터 옥토로 유명한 금제·만경평야를 ‘금만평야'로 일컬어 왔다. 이 ‘금만'을 ‘만금'으로 바꾸고 새롭다는 뜻의 ‘새'를 덧붙여 만든 신조어가 새만금이다. 새로 얻은 수천만량의 금이라는 어감이 있는 이말은 그야말로 일확천금이나 미국 서부 개발이라는 ‘Gold Rush’와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과거에는 화려한 조명을 받았겠지만 지금은 왠지 불편하기만 하다.

새만금간척사업의 핵심인 방조제는 1991년 11월 16일 착공한 후 19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10년 4월 27일 준공하였다. 길이 33.9km, 평균 바닥 폭 290m(최대 535m), 평균 높이 36m(최대 54m)로, 세계 최장 방조제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주다치 방조제보다 더 길어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 방조제 건설로 인하여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르는 면적의 간척지가 조성되었다. 국민에게 몇평씩 나눠줄 땅이 생겼다고 하지만, 받았다는 사람이 없으니 먼나라 이야기만 같다.

사진은 새만금을 날던 철새들 / 하도겸
사진은 새만금을 날던 철새들 / 하도겸

수조원이 투입되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어 간척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빚어지면서 물막이 공사를 남겨둔 시점에서 공사가 2차례 중지되기도 하였다. 바다 물길이 막히면서 한반도 전체 갯벌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새만금 갯벌도 썩고 갈라지고 마르며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장밋빛 선전이 난무했던 새만금 간척 개발사업은 현재 부진하다. 대신 생명이 가득했던 갯벌은 메말라 갔다. 환경오염으로 철새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원래 주인들의 삶 역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20여년전 모습은 사라졌고 이미 기억조차 되지 않는다. 급속히 진행된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물론 그로 인한 어민의 생존마저 위협당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새만금의 아픔의 기록을 20여년동안 담은 작가가 있다. 새만금 사진작가라고도 불리우는 최영진이 바로 그다. 그의 사진 속 공간들은 오랜 세월 갯벌이었다. 바다였다. 하지만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이도 저도 아닌 땅이 변해 버렸다. 오래된 그의 사진속에 담겨 있는 것은 지금은 볼 수 없는, 이미 사라져버린 풍경들이다. 

새만금의 사라진 갯벌 / 하도겸
새만금의 사라진 갯벌 / 하도겸

최영진 작가가 한해를 보내기가 아쉬운 이 계절에 곽세빈 아트디렉터를 다시 만나 작은 송년회를 겸한 초대전을 연다. 울트라 크롬 프린트 7점이 전시되는 이번 전시는 오는 16일(일)까지 갤러리 Art Sebin에서 열린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소리소문없이 수년에 걸쳐 찍은 경동시장과 중계동에 대한 그의 다음 전시도 기대된다. 운 좋게 시간이 맞으면 갤러리 아트세빈에서 그를 만나 전문가 수준의 보이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담근 특제 술 한잔에 홍어를 함께 할 수 있으며 좋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