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경장벽 건설 예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AP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경장벽 건설 예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이민법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에 2018년 예산안을 제 때 처리하지 못했던 지난 1월처럼, 이번 겨울에도 연방정부가 다시 일시적으로 폐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백악관과 미 의회가 2019년 예산안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언론 앞에서 서로를 향해 언성을 높이는 일도 벌어졌다.

◇ 백악관 “장벽 건설에 50억달러 필요” vs 민주당 “16억달러면 충분”

핵심 쟁점은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백악관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으로 50억달러를 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오는 21일(현지시각)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감해야 하는 의회는 16억달러만 내주겠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 상원은 텍사스 남부에 순찰용 철조망을 치는 비용 6억5,100만달러와 샌디에이고의 국경을 수리하는 비용 2억5,100만달러 등 이미 존재하는 국경장벽을 보수·강화하는 사업들에만 예산 배정을 허용했다.

멕시코가 장벽건설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은 수포로 돌아간 듯하다. 전임 멕시코 대통령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와 1일(현지시각) 취임한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 대통령은 모두 장벽 건설에 국가예산을 지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멕시코와의 무역에서 보는 적자를 줄여 멕시코 국민들이 장벽건설비용을 간접적으로 부담하게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장벽을 건설할 비용은 국고에서 마련할 수밖에 없다.

미국 의회는 작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국경장벽 건설예산 200억달러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 더구나 현재는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에서 다수당 위치를 획득했기 때문에 작년보다 발언권이 더 강해진 상황이다.

11일(현지시각)에는 민주당의 상·하원 원내대표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치렀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예산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연방정부의 폐쇄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만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국경장벽 예산 배정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자랑스럽게’ 연방정부의 폐쇄를 감내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자신이 불러 모은 취재진 앞에서 “(국경장벽 건설 목적은) 미국 국민들은 범죄와 마약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발언하는 등 백악관의 정책을 홍보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펠로시 원내대표는 국경장벽이 이민자 및 마약 유입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은 서로를 향해 ‘셧다운이 현실화된다면 네 탓’이라고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했다.

다만 외신들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이 선취점을 올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는 면담이 거의 끝나가던 무렵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나는 연방정부를 폐쇄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셧다운 책임론’ 싸움에서 지고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집무실로 기자들을 초대해 담화가 전파를 타도록 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결과다. 한편 블룸버그는 12일(현지시각) 민주당 보좌관의 발언을 인용해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통령과의 대화 후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셧다운은 내 탓’이라고 말하게 만든 것은 우리의 성과”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 연방정부 폐쇄, 변동성 커진 주식시장에 위험요소 될 수 있어

이민법 관련 예산을 처리하지 못해 연방정부가 일시 폐쇄됐던 지난 1월 당시 미국 주식시장은 정계의 혼란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흘 뒤 셧다운이 해소되자 이를 상승 동력으로 삼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1월에는 미국 증시가 뚜렷한 강세장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에서 주가변동성이 높아진 현재와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11일(현지시각)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종가 대비 53.02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하락 폭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이 높아졌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해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40%에서 15%로 낮춘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장중 한때 2만4,571.65까지 올라갔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들의 설전이 전해지면서 3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종가 2만4,370.24).

투자운용사 체이스 인베스트먼트카운슬의 피터 투즈 대표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야당대표의 논쟁은 워싱턴 정계가 셧다운을 사용 가능한 옵션에서 배제하지 않았음을 뜻한다”며 “(셧다운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지난 1월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미국의 분기기준 GDP 성장률을 0.1%p 감소시킬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