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혹시 사마귀가 매미를 노리는데 그 뒤에 참새가 있다는 당랑포선 황작재후(螳螂捕蟬 黃雀在後)라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중국 한나라 유향(劉向)이 편찬한 설원(說苑)정간(正諫)편에 나오는 일종의 우화일세. 나무 위에서 이슬을 마시며 신나게 노래하고 있는 매미는 자기 뒤에 숨어서 자신을 노리고 있는 사마귀를 보지 못하네. 사마귀는 갈고리처럼 생긴 두 앞발을 들어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지만 참새가 자기 뒤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네. 또 목을 쭉 내밀어 사마귀를 삼키려고 하는 참새는 나무 아래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지. 동물이건 사람이건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몰두하면 자기 뒤에 숨어 있는 더 큰 재앙을 보지 못한다는 가르침이야.

지난 15년 동안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권역별 정당병부 비례대표제를 상황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내팽개치는 더불어민주당의 후안무치한 행동을 보면서 저 우화를 생각했네. 사사건건 으르렁대며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함께 예산안을 처리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면서 새삼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환멸을 토로하거나 냉소적인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 우리 사회의 기득권 동맹이 얼마나 견고한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네. 민주당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그걸 협치의 좋은 사례라고 우긴다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거야. 2년 전 추위에 떨며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꿈도 좌절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왜 점점 이른바 촛불정신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걸까? 민주당이 소선거구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현행 선거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이기 때문일세. 먼저 2016413일에 있었던 20대 총선 결과이네.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은 25.54%33.5%로 새누리당이 7.9% 앞섰지만, 전체 의석은 민주당이 123(41%)으로 122(40.7%)인 새누리당보다 오히려 1석 더 많았네. 이보다 더 심각했던 결과는 정당득표율이 더 높은 국민의당(26.7%)이 민주당보다 훨씬 더 적은 38(12.7%)을 얻는데 그치고 만 거야. 지금의 소선거제에서 정당투표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투표에 참여한 국민들의 뜻이 철저하게 왜곡된 것도 사실이야. 당시 7.23% 득표율을 보였던 정의당은 6석을 차지했네. 국회의원 총 수가 300명이니 이른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의석을 얻을 수도 있었지.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었다면 우리 정치의 모습도 지금과는 어떤 식으로든 많이 달라졌을 거네.

올해 613일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도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일세. 민주당은 전국 평균 51%의 득표율로 광역의원 의석 79%를 차지했네. 서울의 경우는 51%의 득표율로 시의회 전체 의석의 92.7%102(전체 110)을 싹쓸이했지. 불과 5달 전에 이런 재미를 봤으니 민주당의 마음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2020년 총선에서도 다시 이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 거야. 정치인들의 과대망상증이라고나 할까. 그런 식으로 집안 망치는 사람 많이 봤네. 괜히 죄 없는 가족들만 고생하더군.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031일에 조사 발표한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에 의하면, 국민들이 가장 불신하는 기관이 국회로 1.8%였네. 국회라는 기관을 신뢰하는 국민이 100명 중 2명이라는 뜻일세. 그 두 명이 누군지 만나보고 싶구먼. 국민들은 왜 국회를 믿지 않을까?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라면 그런 불신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면서 국회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할 거야. 하지만 지금 우리 국회의원들은 그런 불신마저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거부하는 이유로 악용하고 있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의석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걸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겠느냐는 거지. 그래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고수하겠다는 거야. 참 한심한 사람들일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점점 다양화되는 사회적 균열을 치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면, 자기들이 앞장서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거나 의석수를 늘리지 않고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지. 국회의원의 임무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야. 자기들이 언제 국민들의 뜻을 그렇게 존중했다고 국민들이 싫어해서 못하겠다니 그게 이유가 되는가?

요즘 한국당보다 민주당이 더 밉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더군. 나도 동감하는 말일세. 2년 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이 땅에 뿌리내리기를 바랐을 뿐이네. 그 연장선에서 태어난 게 문재인 정부이고.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빈부격차는 점점 확대되고 있고, 젊은이들의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기는커녕 점점 줄어들고 있네. 젊은이들은 애를 낳지 않고 노인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우리 사회의 최하층계급으로 전락하고 있어. 재벌개혁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규제완화라는 말만 점점 더 요란스럽게 횡행하고 있네. 벌써 개혁을 포기한 정당과 정부라는 개포정당,’‘개포정부라는 말까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으니2의 참여정부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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